한기평, 올해 사업환경 ‘비우호적’, 실적방향‘저하’전망경기 둔화에 PF 우발채무 여파 더해지며 부동산 둔화원재료 가격 상승·중처법까지… 경영환경 ‘시계제로’원가절감 등 비상경영 체제 전환 불가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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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경기 악화에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여파까지 겹치며 시멘트·레미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와 레미콘 등 건자재 업계의 올해 실적을 부정적으로 점치는 관측이 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시멘트·레미콘업계 사업환경을 ‘비우호적’, 실적방향은 ‘저하’로 부정적 전망을 내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주택수주 부진 등 경기 전반의 불황으로 레미콘과 시멘트 등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기업 폐업 공고 건수는 58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219건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종합건설기업 폐업건수 629건이었던 2005년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건설 수요가 급감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폐업건수는 상반기 248건, 하반기 333건으로 집계됐으며, 12월 폐업건수는 월별 가장 많은 74건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문제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건설경기는 직격타를 맞은 상태다. 전날 우여곡절 끝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재무 개선 작업)이 성사된 상태지만 올해 분양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업계의 위기감은 지속돼고 있다. 

    건설경기와 직결돼는 시멘트·레미콘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우선 시멘트업계의 경우 수요감소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를 나타내는 각종 선행지표가 작년 동기 대비 30~50%가량 감소했고, 부동산 PF 부실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시멘트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여기에 전기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과 원자재 수급 불안전성, 환경·안전 기준 강화 등 어려움이 예상된다.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인 유연탄 가격이 치솟고 전기요금까지 인상되며 시멘트 평균 가격을 두 차례에 걸쳐 톤(t)당 7만8800원에서 10만5400원으로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을 때 충분히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것을 부분적으로 반영한 것이지 안정적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인상된 전기요금이 올해도 추가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만약 요금이 인상된다하더라도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 등 전후방산업 경기 둔화에 따라 가격 인상을 쉬이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친환경 전환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레미콘업계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 레미콘회사 관계자는 “1~2월은 비수기인 만큼 아직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다만 착공 감소로 인한 출하량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맞물리며 올해 유난히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미콘사들은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감소, 시멘트와 골재 등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상된 시멘트 가격 영향이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레미콘 필수 재료인 골재와 플라이애쉬(Fly Ash), 슬래그의 가격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골재의 경우 환경 문제 등에 따라 자연채취가 줄어드는 상황인데 물량이 지속 발생하면서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띄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골재 가격은 3년 가량 꾸준히 증가세다.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원료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플라이애쉬는 친환경 확대에 따라 공급이 지속 줄고 있고, 지난해 홍수 여파로 철강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슬래그 또한 공급이 제한적인 상태다. 공급 감소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건설경기 부진으로 인한 수요 감소까지 전망돼 수익성 둔화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 실적에 6개월에서 1년 가량 후행하는 건자재업계 특성 상 내년까지 좋지 못한 업황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회사들도 선별적 투자와 긴축경영 등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