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카카오·엔씨 등 인적쇄신검사, 판사, 변호사 등 법조계 인물 요직 배치글로벌 ESG 트렌드… '투명·책임경영' 차원 일환도
  • ▲ 왼쪽부터 정재헌 SKT 사장, 이용복 KT 부사장, 김소영 카카오 준신위원장, 박병무 엔씨 대표 ⓒ각사
    ▲ 왼쪽부터 정재헌 SKT 사장, 이용복 KT 부사장, 김소영 카카오 준신위원장, 박병무 엔씨 대표 ⓒ각사
    국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법조인 출신을 전진배치하고 있다. 이들을 주요 임원 및 수장으로 내세우면서 잠재된 사법리스크 및 신산업규제 대응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주요 ICT 기업은 최근 법조인 출신을 주축으로 한 인사를 단행했다.

    SK텔레콤은 대외협력부문 담당 사장으로 부장판사 출신인 정재헌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 겸 SKT 변화추진1 담당을 임명했다. 정 사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법학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중앙지법·수원지법·창원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그는 2020년 SK텔레콤에 입사해 법무 업무를 담당했으며, SK스퀘어에서는 법무를 비롯해 환경·사회·투명경영(ESG) 업무까지 담당했다.

    KT는 법무실장으로 검사 출신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인 이용복 부사장을 영입했다. 이 부사장은 사법연수원 제18기로 1992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대구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 등을 지냈다. 그는 2010년부터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민·형사 사건을 담당했다.

    카카오는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를 설립하고, 초대 위원장에 김소영 전 대법관을 임명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대학교 법대 출신으로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을 수석 합격한 이후 서울지법,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심의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김 전 대법관은 2012년 역대 4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됐으며, 퇴직 후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변호사 출신인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대표로 영입했다. 박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1985년 사법연수원을 15기로 수료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법조계에 몸담았다. 이후 2000년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구 로커스홀딩스) 대표, TPG 아시아(뉴브리지캐피탈) 한국 대표 및 파트너, 하나로텔레콤 대표, VIG파트너스 대표 등을 역임했다. 엔씨는 올 초 김앤장 변호사 출신인 정교화 넷플릭스코리아 정책·법무 총괄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이 밖에 넷마블은 제50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을 사외이사로 영입, ESG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에서는 2010년 넥슨코리아 법무실장·일본법인 이사 등을 역임한 이홍우 이사를 감사로 선임했다. 

    업계에서는 ICT 업계가 법조인 출신을 핵심 요직에 내세우는 배경에 관심을 쏟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신사업 확장에 따른 규제 이슈가 작용하는 데다가, 이에 맞물린 사법리스크를 고려한 전략으로 보인다. 글로벌 ESG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한 투명 경영·책임 경영 차원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됐던 정치적 외풍(外風)에 따른 낙하산 인사, 이권 카르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카카오 역시 임직원의 구속 등 사법리스크와 경영진 및 노조와의 갈등으로 존폐 위기에 놓여있다. 엔씨소프트 역시 게임 실적이 감소하며 변화경영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체질 개선에 주력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및 통상 이슈 대응을 위해 법조인 출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특히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해당 분야 전문가를 늘리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