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알리바바, 베트남·태국 등 8개국 전용 AI 출격네이버, 싱가포르, 필리핀 '군침' 속 '영토확장' 비상KT, 태국에 '믿음' 수출… SKT, '싱텔'과 동맹… 경쟁 불가피
  • ▲ 알리바바의 동남아 겨냥 LLM 'SeaLLM'ⓒ알리바바
    ▲ 알리바바의 동남아 겨냥 LLM 'SeaLLM'ⓒ알리바바
    중국산 인공지능(AI)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거 출시되면서 비영어권 국가를 공략하겠다는 한국 AI 기업들의 전략이 복병을 만났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 그룹은 최근 동남아 8개국 언어를 학습한 거대언어모델(LLM)을 출시했다. 한 국가가 아닌 지역에 통째로 초거대 AI를 출시한 것.

    해당 초거대 AI가 학습한 언어는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말레이어 ▲크메르어 ▲라오스어 ▲타갈로그어 ▲미얀마어 총 8개다. 언어뿐만 아니라 각국의 전통, 관습, 법에 알맞게 요청을 수행한다.

    알리바바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부분의 LLM이 서방 국가들의 것이고 학습 데이터도 영어나 라틴어로부터 파생된 언어에 치중해있다”며 “이번 혁신은 AI의 ‘민주화’를 앞당기고자 하며 디지털 세계에서 그동안 발언권이 적었던 지역들에 힘을 불어넣고자 한다”고 밝혔다. 

    비영어권 국가들에게 ‘주권’을 강조하며 AI를 수출하는 알리바바 그룹의 전략은 국내 AI 기업들의 전략과 일치한다. 이에 동남아 AI 시장을 두고 한중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1억달러(약 1350억원)’ 규모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수출한 네이버는 차기 수출국으로 동남아의 싱가포르와 필리핀을 점찍은 상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손길이 닿지 않는 동남아 시장을 노려보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알리바바 그룹이 동남아 8개국에 먼저 깃발을 꽂은 이상 네이버가 싱가포르와 필리핀 외의 동남아 국가로 영토를 확장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동남아 대표 통신사 ‘싱텔(Singtel)’과 동맹을 맺고 AI를 간접 수출할 계획이지만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싱텔의 주요 서비스 국가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인데, 알리바바 그룹이 선점한 국가와 다수 겹친다.

    KT는 지난 10월 태국 자스민 그룹 계열사 JTS와 ‘태국 및 동남아시아 전용 LLM 공동 구축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는데, 협력의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중국 알리바바 그룹이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 8개국에 LLM을 출시해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AI가 비영어권 국가에 수출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그나마 미국의 영향권 밖인 동남아, 중동 지역이 한국 AI의 틈새시장이었는데, 이마저도 중국에 뺏기게 될 지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