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밖 리스크 첩첩브릿지론·非수도권·후순위 몰려"최대 50% 손실 가능성""질적 리스크 심각"
  • ▲ 저축은행 부동산금융 자산건전성(좌), 부동산금융 상환 규모(우). ⓒ뉴데일리
    ▲ 저축은행 부동산금융 자산건전성(좌), 부동산금융 상환 규모(우). ⓒ뉴데일리
    [편집자주] 한숨 돌린 직후가 가장 위험하다는 오랜 격언처럼 연착륙을 꿈꾸는 금융권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몰려 오고 있다. 아직 통계지표에는 잡히지 않는 절박함이 현장에는 몰아치고 있다. 내년 경기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데다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에 앞서 본격적인 부실 솎아내기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에 금융권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2금융권에 고수익을 안겨주던 부동산PF가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둔화로 휘청이고 있다. 특히 타 업권에 비해 PF 대출의 초기 단계의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높아 손실 우려가 크다는 우려다.

    ◆저축銀, 브릿지론 비중 58%… "최대 50% 손실 가능성"

    2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은 올해 3분기 1413억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지난 2분기(960억원 적자) 대비 적자 규모는 453억원 확대됐다. 부동산금융의 부실 중심으로 대손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저하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저축은행업권의 부동산PF 잔액은 9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5.56%에 달한다. 이는 1% 내외에 불과한 은행, 보험사에 비해 5배 넘게 높은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내년부터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부실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2분기 기준 본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5%로 지난해 9월 말(1.2%)에 비해  1.3%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48.3%로 50%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저축은행은 리스크는 본 PF보다 크지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브릿지론 위주로 부동산 PF 사업을 확장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6월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중 브릿지론 비중은 58%에 달한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이같은 선택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자산건전성을 급격히 떨어트리고 있다.

    곽수연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내년에 요주의에서 고정이하로의 전이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브릿지론 상환이 집중되는 가운데 추가 재연장 시 건전성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악의 경우 저축은행이 취급한 브릿지론 절반이 손실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기준금리 조기 인하와 부동산 시장 회복을 전제로 브릿지론의 만기를 연장해 왔는데 기대가 무산됐다"며 "고금리가 길어질 경우 브릿지론의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 ▲ 캐피탈 부동산금융 만기도래 현황(좌), 부동산금융 중후순위 비중(우). ⓒ뉴데일리
    ▲ 캐피탈 부동산금융 만기도래 현황(좌), 부동산금융 중후순위 비중(우). ⓒ뉴데일리
    ◆캐피탈, 후순위 65%·비수도권 40%… "질적 리스크 크다"

    캐피탈 업권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캐피탈사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자 고위험∙고수익 자산군인 부동산금융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캐피탈사의 부동산 PF 잔액은 26조원으로 금융권에서 ▲은행 44조2000억원 ▲보험 43조3000억원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은행·보험사보다 대출잔액은 적지만, 연체율은 4.44%로 최대 1.1%인 은행·보험사 수준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부동산PF 중 고정이하여신 규모도 1조원을 육박한다. 문제는 고수익∙고위험 자산인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및 비수도권 부동산금융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각사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A급 이하 캐피탈사의 부동산금융 중·후순위 비중은 65%에 달한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기타 지역 비율도 높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캐피탈 부동산PF 중 비수도권 비중이 40%에 달하는 등 상대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금융의 질적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2024년까지 브릿지론 50%의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사업성 제고를 통한 본 PF 전환 여부가 중요하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회수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PF대주단협약 또는 이해관계자의 자율적인 연장 협의 등으로 수차례 만기연장을 통한 금융비용 부담 확대와 공사비 상승분을 반영했을 때 이미 사업성이 저하된 자산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일부 부동산 담보대출의 경우 실질적으로 브릿지론에 가까우나 업무보고서상 PF대출로 분류되지 않아 실제 규모는 최소 27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사업실적이 부진한 본 PF 사업장과 상당수의 브릿지 사업장에서 대손비용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 ▲ 종로구의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 관련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 종로구의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 관련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상호금융, 시스템 리스크 '뇌관' 우려

    올 3분기 들어 상호금융권의 자산건전성도 크게 악화했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4조7000억원으로 금융권 내 가장 적지만,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연체율은 올 6월 말 1.12%에서 9월 말 4.18%로 석 달 만에 3.06%포인트 폭등했다. 

    상호금융권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된 이유 역시 대규모 부동산PF 영향이다. 상호금융권은 2금융권과 마찬가지로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는 사업장이 늘면서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했다.

    문제는 상호금융의 부동산 PF 부실로 인해 금융권 전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하는 경우다. 일례로 새마을금고는 지난 7월 부동산 PF 연체율 상승으로 부실 의혹이 확산하면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홍역을 치렀다. 

    행안부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지난 6월 말 연체율은 5.41%로 지난해 말(3.59%)보다 1.82%포인트 올랐다. 당시 일부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대규모 수신자금 이탈 조짐이 발생하자 정부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선 바 있다. 

    금융사 신뢰 하락은 은행채를 통한 자금 조달을 어려워지게 하면서 금융사 유동성 악화를 가속하는 한편, 최악의 경우 레고랜드 사태처럼 전체 채권시장의 경색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사업장이 무더기로 파산할 경우 일부 금융권의 문제가 아닌 시중은행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