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본연 맛과 향 즐기기 위해서는 ‘니트’로 마셔야물 타는 것만으로 위스키 쉽게 즐기고 맛과 향↑연산 높다고 좋은 위스키 아냐… 숙성 캐스크 따져야
  • ▲ 성중용 디아지오 바 아카데미 원장.ⓒ정상윤 사진기자
    ▲ 성중용 디아지오 바 아카데미 원장.ⓒ정상윤 사진기자
    최근 위스키 열풍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인사를 꼽을 때, 성중용 디아지오 바 아카데미 원장은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디아지오 바 아카데미를 통해 직접 바텐더를 양성해왔던 그는 최근 위스키 클라스 연이어 개최하며 위스키 마니아 사이에선 가장 인기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를 찾는 목소리도 많다. 일반 고객 뿐만 아니라 대기업, 금융계의 위스키 강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회식이 부쩍 늘어난 연말연시, 우리는 위스키를 잘 즐기고 있는 걸까. 지난 26일 성 원장을 만나 그의 지론을 들어봤다. 

    성 원장은 호텔신라 출신으로 지난 2008년 조니워커스쿨을 거쳐 2014년부터 디아지오브랜드앰버서더와 디아지오 바 아카데미 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디아지오가 전세계에서 매년 개최하는 바텐딩 대회 ‘월드클래스 글로벌’에서 입상하는 국내 바텐더는 모두 성 원장을 거친 제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는 위스키를 어떻게 마실까. 성 원장은 인터뷰 시작과 함께 싱글몰트 위스키 ‘싱글톤 12년’을 꺼내 능숙하게 하이볼을 만들었다. ‘싱글톤’에는 ‘데미소다 애플’과의 궁합이 잘 어울린다고 한다. 그가 추천하는 비율은 1대 3. 

    다만 그가 최고로 선호하는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은 니트(Neat)였다. 니트는 상온의 위스키에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방법이다. 

    그는 “위스키의 대중화와 함께 온더락(On the Rock), 하이볼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시지만 니트로 마시는 방법을 가장 추천하고 있다”며 “아직 많이 접하지 못해 어려워하는 분들께는 물을 첨가해 드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가 추천하는 위스키와 물의 비율은 1:9에서 1:8 정도. 우리 정서상 술에 물을 타는 것이 주는 거부감도 있을 수 있지만 사실 이는 스코틀랜드 전통적인 위스키 음용방식이라고 한다. 

    성 원장은 “위스키에 물을 넣으면 알코올과 향 분자가 영향을 받아 향을 보다 풍부하게 발산하고 알코올 도수 낮아져 마시기 편해진다”며 “얼음을 넣더라도 한 조각 정도만 넣어야 천천히 희석되며 향을 더 느낄 수 있다”고 충고했다.

    글라스 컵에 가득 얼음을 채워 마시는 방법은 온도를 크게 떨어뜨려 맛과 향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위스키의 향을 극대화시켜주는 테이스팅 글라스를 준비하는 것도 위스키를 즐기는데 좋다고 한다. 

    그가 추천하는 하이볼의 레시피도 최대한 위스키 본연의 맛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그는 아무 맛과 향이 없는 탄산수를 섞어 하이볼을 만들 때 위스키의 맛과 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성 원장은 “하이볼에 대해 가장 안타까운 것은 토닉워터를 섞는 것”이라며 “소주에 토닉워터를 섞던 것을 그대로 위스키에 적용한 것인데, 토닉워터를 섞으면 달콤해지지만 위스키 고유의 맛과 향을 모두 해친다”고 말했다.
  • ▲ 성중용 디아지오 바 아카데미 원장.ⓒ정상윤 사진기자
    ▲ 성중용 디아지오 바 아카데미 원장.ⓒ정상윤 사진기자
    다만 탄산수만 섞는 것이 다소 심심할 때 차선책은 ‘진저에일’이다. ‘진저에일’은 어떤 위스키와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맛을 원한다면 ‘코코넛워터’를 쓰기도 한다. 외국에서 위스키를 즐기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코코넛워터’ 하이볼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는 위스키 종류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데킬라에 자몽을 섞는 하이볼의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음용법을 알았다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페어링이다. 어떤 음식에 어떤 위스키를 조합하느냐는 음식과 위스키 맛을 좌우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 성 원장의 지론이다. 

    그는 “그릴드 스테이크나 비비큐에 위스키가 잘 어울리는 반면 한식에는 맛과 향이 강해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피티드(peated) 위스키의 경우 굴, 과메기와 매우 잘 어울린다. 피티드 하이볼에 삼겹살도 좋은 조합”이라고 꼽았다. 

    이제 위스키를 고를 차례다. 어떤 위스키가 가장 좋은 걸까. 성 원장은 위스키 클래스에서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고숙성 위스키를 찾는 경향이 많다”며 “하지만 오래됐다고 반드시 더 맛있는 것도 아니고 남들이 추천했다고 해서 내 입맛에 더 맛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맛을 좌우하는 것은 어떤 캐스크(cask)에 숙성시켰는지라는 설명이다. 쉐리 캐스크인지, 버번 캐스크인지, 캐스크를 처음 사용한 건지, 세 번째 사용한건지에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성 원장은 “무연산 위스키를 숙성시키지 않은 위스키로 착각하는데, 정확히는 숙성연도 미표기 위스키”라며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지역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른데, 이런 특성을 없애고 새로운 맛과 향을 창조하는 과정이다. 잘 맞는 위스키를 다양하게 즐겨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성 원장은 가장 사랑하는 ‘최애’ 위스키는 무엇일까. 그는 ‘조니워커 블랙’을 단연 원픽으로 꼽았다.

    그는 “전세계 위스키 전문가들이 가성비 뿐 아니라 맛과 향에서 최고의 위스키로 꼽는 것이 바로 ‘조니워커 블랙’이다”라며 “최근 싱글몰트 위스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스카치 위스키의 정석은 바로 ‘조니워커 블랙’”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