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한국경제 희망을 다시 쏜다]물가↓, 금리↓, 성장률↑피벗 기대감 고조… 이르면 2분기 금리 인하물가 전망 2.6%… 성장률 2%대 회복
  • ▲ 2023년 마지막 주식시장이 열린 구랍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뉴시스
    ▲ 2023년 마지막 주식시장이 열린 구랍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뉴시스
    2024년. '푸른 용의 해'가 밝았다. 새 희망을 품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3년째 되는 해이자 여러 의미로 중요한 총선이 열리는 해이다. 한국 경제를 보면 올해도 녹록잖은 한 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밖으로는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미 대선이 치러진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그에 따른 경제 블록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금리 인하가 기대되지만, 그 시기를 두고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여전한 고물가 기조와 실업 한파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계대출 급증, 저출산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한가득이다. 새해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새 희망을 쏘아 올릴 성장 모멘텀은 무엇이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註>

    "코로나 머니 대가(代價)는 컸다."

    2023년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빚을 갚는 한 해였다. 전세계는 살인적인 고금리에 허덕이면서도 전쟁을 동반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져온 인플레이션에 맞서는 이중고에 신음했다.

    녹록치 않겠지만, 2024년 글로벌 금융시장은 희망적이다. 고금리 기조가 꺾이고 물가상승률도 둔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다만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전쟁이 확산될 조짐이 사그라들지 않은데다, 주요국에 굵직한 선거가 예정돼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우선 글로벌 긴축을 주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빨라질 전망이다.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 연 6%를 돌파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은 상당부분 희석됐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상반기 중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연방기금 선물 금리를 추종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는 연준이 오는 3월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86.7%로 반영하고 있다. 금리동결 가능성은 13.4%에 그친다.

    페드워치는 현재 연 5.25~5.50%로 운용 중인 미국 기준금리가 상반기 중 4%대로 떨어질 확률을 99.8%로 보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하가 한차례에 그치며 연 5.0~5.25%에 머물 여지는 0.2%에 불과했다.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의 기대감은 실질 시장금리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금리 벤치마크로 활용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3.789%를 기록하며 불과 석달 전 연 5%에 달했던 것과 판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말까지 연 4%대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던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분석 보고서를 고쳐쓰기 시작했고, 일각에서는 올해 금리인하가 6차례에 달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왔다.
  • ▲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추이ⓒ한국은행
    ▲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추이ⓒ한국은행
    韓 성장률 2%대 회복, 물가 안정 기대

    2년여간 이어진 한국은행의 긴축기조도 일단락된 분위기다. 여전히 금리인상 카드를 매만지면서도 경기회복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모습이다.

    한은이 예상하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2.1%다. 지난해 성장률 1.4%에 비해 상당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실해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많이 안정됐다"며 "내년도 성장률이 2%대라고 한다면 세계적으로 비춰볼때 나쁜 수치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물가상승률도 지난해 3.6%에서 크게 하락한 2.6%로 예상했다. 다만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불안이 커진다면 예상경로를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하겠다"고 했다.

    반면 시장은 낙관론을 빠르게 반영하며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1%까지 하락하며 기준금리(연 3.5%)를 크게 밑돌고 있으며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금리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5년 고정) 금리 하단은 연 3.39%까지 떨어졌다. 코로나 금융지원이 한창이던 2021년 9월 말 이후 최저 수준이다.

    향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3% 초반대로 조정됐다. 바닥을 치던 소비자심리지수도 5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스티븐 메이저 HSBC 책임연구원은 "임금상승과 물가가 서로를 자극하는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우려하던 이들이 매우 잠잠해졌다"며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와의 싸움에서 대체로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