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일문화 한계 봉착, 김용화 CTO 용퇴R&D 조직통합, 혁신 연구개발 전담조직 핵심송창현 사장 영향력증대 예상, 전면개편 예고
  • ▲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현대자동차그룹
    ▲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가 6개월만에 연구개발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개발방식 전환을 목표로 분산됐던 R&D 조직을 통합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연구개발 조직개편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상세 개편안은 내년 1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는 올해 6월 연구개발본부 조직을 연합체 방식으로 개편한 바 있다. 연구개발 조직을 총괄하는 CTO(최고기술책임자) 산하에 ▲통합자동차 개발 본부 ▲차량SW담당 ▲META 담당 ▲디자인센터 등을 독자적인 개발체계를 갖춘 조직으로 두는 형태였다.

    새로운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현대차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2조6962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약 24% 증가한 수치다. SDV 사업과 전동화 부문 직속체계를 갖추는 데 연구개발비용이 주로 사용된 걸로 보여진다.

    연합체 방식 조직 구성은 전동화 체제 전환과 SDV 개발 환경에 유연한 대응을 목표로 했다. SW 필요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스타트업 형태의 개발문화와 조직문화를 도입하기 위함이다.

    현대차·기아는 신차개발 완성도와 개발속도 모두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업무별로 구성된 본부와 담당, 센터가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면서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는 측면에서다.

    하지만 협업체계가 복잡해지면서 연구개발 속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돼오기도 했다. 

    현대차·기아는 미래 모빌리티 핵심인 자율주행 레벨3 탑재를 앞두고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미뤄진 배경에는 국내법과 규제환경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개발방식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CTO 산하 개발본부 외에 SW 개발조직이 포티투닷과 SDV 본부, 남양연구소 등으로 분산되면서 리더십 이원화도 야기됐다. 이는 혁신 전략의 일관성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내부적으로 혼란이 야기된 걸로 풀이된다.

    SW 중심 개발방식으로 이행하면서 기존 HW중심 개발체계에 익숙한 구성원들의 불만이 누적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차량 하드웨어 분야 전문가인 김용화 CTO 사장은 취임 6개월만에 현대차그룹 연구개발 조직 수장에서 물러나면서 고문으로 위촉됐다.

    현대차의 선택은 전면적인 연구개발 조직 개편으로, 핵심은 전통적인 차량개발 패러다임을 탈피하는 것을 목표로하는 혁신 연구개발 전담조직 신설이다. CTO 체제에서 ‘따로 또 같이’보다는 혁신 전담조직이 R&D를 주도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특히 새로운 연구개발조직 수장이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송창현 현대차·기아 SDV 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의 영향력이 커질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기아 발표내용에 혁신 연구개발 전담조직이 차세대 SW-HW 아키텍처 통합 최적화와 파괴적인 원가혁신을 주도할 거라고 언급한 점에서다.

    송창현 사장은 지난달 열린 HMG 개발자 컨퍼런스 키노트에서 SDV 시대 ‘개발방식의 전환’을 제시했다. 

    SW개발 방식을 차량개발에 적용한다는 콘셉트로, ‘표준 아키텍처’를 도입하면 모빌리티 개발환경을 표준화하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DV 구현에 필수적인 공용화된 플랫폼을 적용하면 제조원가도 20% 이상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는데서 일맥상통한다.

    현대차의 연구개발 조직개편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향후 모빌리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날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 모빌리티와 SDV 중심 전략과 구상을 내놨지만, 아직 SW 중심 개발환경이 미약한 만큼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향후 자체 운영체제와 알고리즘을 갖추지 못하면 빅테크 기업의 파운더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만큼 제조사 입장에서 주도권을 가지기 위한 조직개편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