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담대 상환 미뤄… 채권단 의구심SBS 매각·사재출연도 불투명채안펀드 확대… 채권단협의회 분수령
  • ▲ 태영건설 본관ⓒ태영건설
    ▲ 태영건설 본관ⓒ태영건설
    금융당국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자구안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외상매출 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은데다 약속한 자구안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한 추가 이행 장치 제시여부를 논의 중이다. 오는 3일 산업은행이 소집하는 채권자설명회에서도 자구안 실행 여부는 주요한 안건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1차 채권단협의회는 오는 11일 열린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중 외담대 451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외담대는 태영건설이 구매 대금으로 협력업체에 지급한 것으로 이를 담보로 은행에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한다.

    태영건설은 협력업체가 해당 외상매출채권은 은행에서 이미 할인받은 어음이기 때문이 금융채권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르면 워크아웃 신청시 금융채권은 상환이 유예된다는 점을 들어 당장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반면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과 함께 상거래 채권 결제를 약속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상환을 미루면 채권단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차 채권단협의회를 앞두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개시되려면 채권단 75%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계열사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도 속도가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영건설 지주사인 TY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에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 매각이나 담보 제공에 소극적인 것도 채권단을 불안케 하는 요인이다. 3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오너 사재 출연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2400억원 중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1440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과 관련한 외담대를 보유한 은행들에게 협력업체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유예하도록 요청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 유동성을 지원하는 채권안정펀드 운용규모를 현행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고 건설사 회사채 차환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태영건설과 관련된 시장 자금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중"이라며 "오는 4일 발표할 건설업 종합지원 대책에도 추가 대책이 담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