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큰사업장 선제적 '손절'…아예 입찰포기'저가공사비' 노량진1구역, 노른자위 불구 유찰대조1, 사업비 1800억원 미지급…공사 전면중단"기업신뢰도 고려 손해 안고 갔지만…여력 없어"
  • ▲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가 도시정비사업과 공공공사 등 주택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자금난에 직면한 건설사들이 사업장 '옥석가리기'에 나서면서 조합과 발주처의 '시공사 눈치보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건설업계 줄도산 공포로 주택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공사비 갈등과 프로젝트 지연이 더욱 빈번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건설사들은 리스크 부담이 큰 사업장에 대한 선제적인 '손절'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정비사업조합이나 발주처와 갈등이 예상되는 사업지 경우 아예 입찰을 포기하는 사례도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최대어중 하나로 꼽혔던 '노량진1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은 '저가공사비' 논란으로 결국 유찰되는 굴욕을 겪었다.

    당초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GS건설간 2파전이 예고됐지만 3.3㎡당 730만원이라는 낮은 공사비가 발목을 잡았다.

    내달 중순 예정된 2번째 시공사선정도 유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사비로 1차 때와 같은 3.3㎡당 730만원이 제시된 까닭이다.

    일단 지난해 12월초 진행된 2차 현장설명회엔 △삼성물산 △GS건설 △포스코이앤씨 △호반건설 △금호건설 △효성중공업 6개사가 참여했지만 실제 입찰참여 여부는 미지수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현장설명회후 지금까지 불과 한달만에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현실화하는 등 업계 환경이 급변했다"며 "이전까지는 저가수주라도 감내하자는 분위기였는데 태영사태후 업계 수주전략이 더욱 보수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에선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공사비 1800억원 미지급을 이유로 공사를 전격 중단했다.

    이곳은 조합내 이권다툼으로 조합장과 집행부가 공석이 되면서 공사비 미지급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했다. 조합내홍이 봉합되지 않아 공사중단이 장기화하면 '둔촌주공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 서울 재개발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서울 재개발공사 현장. ⓒ뉴데일리DB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사업도 시공사와 조합간 갈등으로 중단위기에 처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0월 조합측에 설계변경과 원자재값 인상 등을 이유로 3.3㎡당 665만원인 공사비를 889만원으로 증액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조합은 이미 2021년 3.3㎡당 510만원에서 665만원으로 1차례 인상했기 때문에 추가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달 임시총회을 열고 총공사비를 기존 7947억원에서 1조4492억원으로 인상하는 안건을 상정했지만 조합원 과반수가 반대해 부결됐다.

    건설업계에선 태영건설 워크아웃 풍선효과로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공사비 갈등이 시공사 줄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그동안 시공사들은 조합이나 발주처와 갈등이 발생해도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도 등을 고려해 어느정도 손해를 안고 가는 경향이 컸다"며 "하지만 당장 돈줄이 말라가는 현시점에선 무리하게 손해를 떠안을 이유도 여력도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관악구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사실 시공사가 강경하게 나오면 조합입장에서도 뾰족한 대안이 없는게 사실"이라며 "요즘 같은 고금리시기엔 사업지연이 그대로 조합원 손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시공사 눈치를 보는 조합이 늘 것"이라고 염려했다.

    중견·중소사 참여율이 높은 관급공사나 공공주택사업도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관급공사는 애초에 공사비가 낮게 책정된데다 민간사업과 달리 추후 공사비 인상 가능성도 희박해 발을 빼려는 건설사가 하나둘 늘어날 수 있다"며 "요즘 같은 시기엔 새 시공사를 찾기도 어려워 발주처 입장에서도 시공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2년 하반기 발생한 신용경색 사태이후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다수 사업장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며 "사업지속 여부에 대한 기업의 자율적 판단을 유도하고 부실판정 사업장은 신속히 정리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