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PF시장 침체 한층 가속화책임준공 PF, 준공리스크 노출…"재무부담 가중될 수"종합지원대책 세부내용 조율중…세제감면 포함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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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영건설
    부도위기를 맞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정부의 뒤늦은 대처로 '주택시장 위기론'을 확대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부동산시장도 고금리와 거래절벽 등으로 저조한 성적이 관측되면서 미분양 해소를 위한 규제완화 카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최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중 잔여분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태영그룹은 윤세영 창업회장 딸 윤재연씨 지분매각 대금 516억원중 300억원과 티와이홀딩스 회삿돈 등을 합쳐 890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티와이홀딩스으로부터 416억원 상당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신청, 이 과정에서 마련된 돈 일부도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태영그룹은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활용, 추가자구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태영사태로 건설업계 위기론이 확대됐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여파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침체가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금융업권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단기적으로 손실완충력을 통해 감내 가능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나 이후 전반적인 부동산 PF시장에 파장을 미치는 등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 PF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인 의지와 냉각된 시장환경이 맞물리면서 사업 및 재무적 개선이 필요한 개별건설사들과 PF사업장에 대해 정부 및 금융권 주도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향후 추가적인 건설사 워크아웃이 나타나거나 건설사의 금융시장내 자금융통이 어려워질 경우에는 브릿지론 뿐만 아니라 건설사가 책임준공 등으로 직접 연관돼 있는 PF 경우에도 준공리스크에 노출되면서 금융회사 손실이 현실화될 수 있고 재무적인 부담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분양으로 인한 부동산 PF 부실우려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준공후 미분양(악성미분양)은 1만465호로 전월(1만224호) 대비 2.4% 늘었다. 지난해초(7546호) 대비로는 38.7% 급증했다.

    올해 청약시장도 냉각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진행된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뷰' 1순위 경쟁률은 3.85대 1에 그쳤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규제완화 카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등 정부당국에 따르면 현재 건설업 종합지원대책에 대한 세부내용이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대책에는 건설업 투자확대와 PF 지원펀드 증액·옥석가리기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건은 미분양주택에 대한 세제감면 카드가 포함될지 여부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건설사 도미노 부도가 이어지고 주택시장이 침체될 당시에도 정부는 세제혜택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는 지방 미분양주택 해소를 위해 2008년 11월3일부터 수도권외 미분양주택을 취득하는 경우 다주택자라도 기본세율을 적용하고 1가구1주택자와 같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해주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또 법인이 지방 미분양주택을 취득하면 양도소득세에 대해 법인세 과세도 면제해줬다.

    윤석열 정부 2기 국토부 장관이 최근 본격 행보를 시작한 만큼 부동산시장 혼란을 해결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도 잔존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취임 일성에서 "이념이 아닌 현실과 시장원리에 기초한 주택정책을 통해 주택시장 안정과 희망의 주거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며 "부동산 PF 연착륙 등 주택시장 불안요인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도 부동산시장 침체로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꼽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도 기존사업장들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분양에 나서고 있고 올들어 본격적으로 사업장 관리에 나서는 등 신규사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 지원만으로 현 부동산시장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분양성이 좋도록 시장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고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이 원활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도상 보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TY홀딩스와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윤세영 창업회장은 "에코비트 등 핵심 계열사 매각 또는 담보제공 등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기존 자구계획에 포함된 내용 이외에 다른 계열사 매각이나 담보제공을 통해 추가 자금을 확보 및 투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PF사업장 가운데 정리할 곳은 과감히 정리하고 건실한 사업장은 살려서 사업을 잘 마무리할 것"이라며 "기존 자구책으로 부족할 경우 지주회사인 TY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해서 태영건설을 꼭 살려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