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 9일 국회 본회의 통과경남 사천에 개청… 우주항공 정책·R&D·산업육성 수행글로벌 달 탐사 경쟁 치열… 美, 민간기업 앞세워 비용절감中, 정착지 개발 추진… 인도, 작년 세계 최초 달 남극 착륙 성공
  • ▲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연합뉴스
    ▲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연합뉴스
    한국판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로 불리는 우주항공청이 이르면 오는 5월 출범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4월 정부가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한 지 1년 이상 지나 출범하는 셈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달 탐사를 비롯해 우주 개척 경쟁에 나서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국회는 9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우주항공청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우주항공청법) 제정안 등을 상정, 처리했다. 우주항공청법과 우주개발진흥법 일부 개정안은 앞선 8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법률안 통과 전 마지막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우주개발진흥법은 원안대로, 우주항공청법은 수정 가결됐다.

    여야는 법 시행 시기를 '공포 후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해 원안 부칙을 수정했다.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은 우주항공청법이 이날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음에 따라 이르면 오는 5월,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청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한국판 나사 역할을 할 우주항공청을 신설하는 게 뼈대를 이룬다.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관련 분야에 대한 정책 수립을 총괄하고 산업 육성과 인력 양성, 국제 교류 등을 담당하게 된다. 청장은 차관급, 개청 예정지는 경남 사천이다.

    우주항공청 신설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1월 우주 경제 로드맵을 직접 발표했다.

    우주항공청법은 지난해 4월 정부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국회 과방위에서 우주항공청의 위상, 특례 정주 여건 조성, 우주항공청장의 외국인과 복수국적자 허용 여부, 우주항공청의 직접 연구·개발(R&D) 기능 등을 여야가 8개월 넘게 대립해 왔다. R&D 기능 수행과 관련해선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광범위한 연구 범위를 우주항공청이 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항우연과의 업무 중복 등을 우려해 왔다. 결국 여야는 항우연을 우주항공청 소속 기관으로 두기로 접점을 찾았다.

    한편 한국천문연구원도 항우연과 함께 우주항공청 소속 기관으로 편입된다.
  • ▲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한 인도 달 착륙선 비크람.ⓒ연합뉴스
    ▲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한 인도 달 착륙선 비크람.ⓒ연합뉴스
    세계는 이미 우주시대를 개척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각국이 지구 중력이나 자기장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심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달 탐사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선두 주자는 미국이다. 미국은 1972년 12월 마지막 유인 탐사선이었던 아폴로 17호 이후 51년여 만에 달 표면에 대한 재탐사에 나서고 있다.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미 나사뿐 아니라 민간 우주기업들이 우주발사체와 달 탐사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는 대목이다.

    지난 8일(현지시각)에는 미 우주기업 애스트로보틱(Astrobotic)이 세계 최초의 민간 무인 착륙선 '페레그린'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발사했다. 이 착륙선에는 달 표면의 구성과 방사능을 조사할 과학 측정장치와 미국 카네기 멜런 대학이 개발한 소형 탐사로봇 등이 실렸으며 다음 달 23일 달 앞면에 있는 폭풍의 바다 동북쪽에 위치한 용암지대 시누스 비스코시타티스에 착륙할 예정이다. 다만 페레그린은 현재 추진체 계통의 문제로 연료에 심각한 손실이 발생해 달 착륙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스트로보틱은 올해 말 또 다른 착륙선 그리핀을 추가로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텍사스주 휴스턴에 본사를 둔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Intuitive Machines)도 다음 달과 올해 말 달 착륙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노바-C 우주선에는 달 착륙 중 솟아오르는 잔해 기둥을 연구하는 장치 등이 실린다.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도 올해 안에 달 착륙 계획을 시행한다는 목표다.

    그동안 우주 개발 계획과 사업을 주도해 온 미 나사가 민간기업을 활용해 달 탐사에 나서는 것은 사업비를 아끼면서 민간업계의 경쟁을 유도해 중장기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우주 탐사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오가는 데 일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스페이스X를 활용하고, 애스트로보틱스 등의 착륙선에 나사의 관측·과학 장비를 실어 보내는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 계획 등이 이런 배경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과학 선진국들도 앞다퉈 달 탐사에 뛰어들고 있다.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는 지난해 8월23일 세계 최초로 무인 탐사선 찬드라얀 3호를 달 남극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지난해 9월 쏘아 보낸 자국 최초의 달 탐사선 '슬림'(SLIM)을 이달 하순 착륙시킬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은 궁극적으로 달 표면에 영구 정착지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달은 인류가 심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각종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미개척지의 의미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