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2019년 공정위에 쿠팡 신고 후 로켓배송 중단쿠팡, 공정위 과징금에 행정소송까지 이어지며 갈등 장기화알리·테무 등 해외 이커머스 인기에 쿠팡 위기감 커져
  • 쿠팡과 LG생활건강의 갈등이 4년 9개월만에 봉합됐다. 쿠팡과 LG생활건강이 쿠팡의 로켓배송에 입점하기로 한 것이다. 가격 갈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까지 양사의 관계가 극적으로 회복된 배경에는 다름 아닌 위기감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의 해외직구 이커머스 플랫폼이 본격적인 국내 시장을 넘보면서 쿠팡 입장에서는 자존심보다 실리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12일 쿠팡과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양사는 엘라스틴, 페리오, 코카콜라, CNP 등 LG생활건강의 브랜드에 대한 로켓배송을 재개하기로 했다. 쿠팡의 풀필먼트 서비스에 LG생활건상 제품이 들어오는 것은 4년 9개월만이다.

    쿠팡과 LG생활건강의 로켓배송 입점 협의 자체는 지난해 1월부터 진행돼 왔지만 좀처럼 진척을 내지 못해왔다. 단순히 가격적인 면을 빼더라도 양사의 앙금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갈등은 지난 2019년 6월 쿠팡을 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쿠팡이 LG생활건강에게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 가격을 인상하도록 강요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LG생활건강 제품의 쿠팡 로켓배송 공급도 중단됐다. 

    갈등은 장기화됐다. 그도 그럴 것이 공정위는 지난 2021년 쿠팡이 경영 간섭 등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32억9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쿠팡은 이듬해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어느 쪽 판결이 나더라도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 되면서 쿠팡과 LG생활건강의 관계도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국면이 이어져왔다.

    이런 상황이 급격하게 변한 것은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와 무관치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시장 공략을 비롯해 초저가 중국의 플랫폼 테무가 국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쿠팡이 적지 않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LG생활건강의 코카콜라가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하면서 더 이상 자존심을 챙길 때가 아니라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코카콜라음료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브랜드 전문관 ‘K-베뉴’에 입점한 바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서 공산품이 아닌 식음료를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국 중국 이커머스 플렛폼의 국내 시장 공략이 쿠팡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행정소송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자존심보다 실리를 챙기게 된 배경이 됐다는 이야기다.

    쿠팡 측은 “앞으로 고객들이 더 다양하고 좋은 품질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파트너사와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을 할 계획”이라며 “파트너사와 상시로 협의하며,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쿠팡의 LG생활건강과 극적 화해가 다른 제조사와의 화해로 이어질지는 아직 크지 않아 보인다. 쿠팡은 CJ제일제당과도 갈등을 겪으면서 1년이 넘게 로켓배송이 중단된 상태지만 LG생활건강과는 이해가 크게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전선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LG생활건강과 달리 CJ그룹은 물류, OTT, CJ올리브영 등 계열사로 전선을 확대하면서 쿠팡의 경쟁사와 적극적으로 ‘반 쿠팡연대’라는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다”며 “단기간 내 화해에 이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