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이익 전년비 90% 하락 예상창사 이래 최대 위기 봉착, 고강도 쇄신 돌입김택진-박병무 투톱 CEO 체제, 윤송이-김택헌 가족경영 체제 탈피AI '금융비즈센터' 사업 및 자회사 법인 정리 등 구조조정 단행11년 담금질 'TL' 글로벌 흥행 관건… 실적 개선 험로 예고
  • ▲ 엔씨 판교 사옥 ⓒ엔씨
    ▲ 엔씨 판교 사옥 ⓒ엔씨
    엔씨소프트가 주력 게임 실적 악화 속 생존전략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가족경영 체제를 재편하고, 신사업·자회사 철수를 통한 경영효율화 작업이 한창이다.

    업계에서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한 엔씨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배수진(背水陣)을 쳤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성공 여부는 낙관하기 이른 상황이다.

    16일 엔씨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리니지 시리즈 등 캐시카우의 부진 및 신작 부재에 따른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매출 4231억원, 영업이익 16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0%, 89% 줄어들었다.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4069억원과 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7%와 88.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엔씨는 고강도 경영 쇄신에 돌입했다. 기존 김택진 대표 원톱 체제에서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와 공동대표를 도입하면서 컨트롤타워에 변화를 줬다. 기업 경영, 전략, 투자와 관련해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것.

    이성구 부사장, 백승욱 상무, 최문영 전무 등 최고사업책임자(CBO) 3명을 중심으로 주요 개발·사업 조직의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분야별로 권한과 성과 책임을 명확히 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이와 함께 기획조정·법무 등을 담당하는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특히 김택진 대표의 배우자인 윤송이 사장,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은 각각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 직을 내려놓고 경영 전반에 손을 뗐다. 이들이 맡았던 사업 모두 실적이 부진하면서 해외 사업에만 집중하기로 한 것. 사실상 엔씨의 리스크로 거론됐던 가족경영 이슈를 털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성과가 부진한 사업에도 과감히 메스를 들이댔다. 금융 AI 조직인 '금융비즈센터' 사업과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엔트리브) 법인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달 말에는 아트 이노베이션 센터와 지식재산(IP) 빌리지 센터 등의 조직개편도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팬덤 플랫폼인 유니버스와 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클렙의 지분도 매각했다. 김택진 대표가 2020년 설립한 AI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디셈버앤컴퍼니 역시 경영난을 겪으면서 사모펀드 운영사 포레스트파트너스로 대주주가 교체됐다.

    업계에서는 엔씨의 고강도 쇄신안이 회사를 살릴 자구책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출시한 기대작 '쓰론앤리버티(TL)'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서 보릿고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TL은 엔씨가 11년의 담금질 끝에 내놓은 PC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게임으로, 지난해 12월 국내서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규모 자금이 들어간 이 게임은 출시 이후 서버를 두 배 이상 줄이며 부진을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다만, 최근 새로운 공동대표를 선임했고 임원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회사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조직 슬림화로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TL의 글로벌 성과가 반영될 경우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가) 최근 새로운 공동대표를 선임했고 임원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회사의 변화가 기대된다"며 "TL은 아마존게임즈를 통해 2분기 출시 이후 계약금이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