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학회·환우회 "중증난치질환 적용이 급선무" 병원서 기피대상으로 지목… 치료 사각지대 심화 아동병원협회 "18세까지만이라도 국가책임제 적용"
  • ▲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세종시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1형 당뇨환자들의 처우개선을 호소한 가운데 환자와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세종시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1형 당뇨환자들의 처우개선을 호소한 가운데 환자와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충남 태안에서 일가족 3명이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1형 당뇨병을 앓던 아이를 돌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용이 담겨 충격을 안겼다. 치료 사각지대 문제가 계속 지적됐음에도 개선은 더뎠고 결국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가뜩이나 소아‧청소년 1형 당뇨환자가 사용하는 인슐린자동주입기(인슐린펌프)의 본인부담률이 10%로 낮춰져 기존 380만원에서 45만원으로 줄어드는 시점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태안 일가족 사망 사건이 정부에 남긴 숙제는 1형 당뇨병 대응을 위한 대대적이고 근본적 대책이다. 일부 급여화 조치로 해결은 어렵고 중증질환 지정과 국가책임제 적용 등 큰 틀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16일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1형 당뇨병은 인슐린 투여가 반나절 정도만 중단돼도 케톤산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있는 질환이다. 경증으로 분류된 다른 2형 당뇨병과 근본적으로 다르며 '중증난치질환' 조건에 부합한다.

    의료계의 주장과 달리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치료에 필수인 고가의 연속혈당측정, 자동인슐린주입기기는 요양비로 분류돼 연간 의료비가 100만원도 안 된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에 근무 중인 내분비내과 교수는 "자동 인슐린 주입을 하면 고가의 본인부담(5년간 2000만원)이 발생하는데 의료비가 아닌 요양비로 분류돼 의료비가 낮은 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당뇨병학회는 자동 인슐린 주입을 표준치료고 권고하고 있으며 당뇨병학회 역시 동일한 지침을 반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요양비로 묶여있는 한계 탓에 의료진 교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중증난치질환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1형 당뇨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상급종합병원은 의무적으로 환자 수 대비 중증난치질환 비율을 올려야 하는 구조다. 중증도를 인정받지 못하면 환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당뇨병학회는 질환을 특성을 고려해 "1형 당뇨를 중증난치질환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이번 일가족 사망 사건에 따른 주장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학회가 제기했던 문제다. 

    지난 15일 한국 1형 당뇨병환우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1형 당뇨병을 중증난치질환으로 지정하고 연령 구분 없이 의료비 본인부담률 10% 이하로 낮춰달라"며 "수술로 완치될 수 없고 평생 짊어지고 갈 질환임에도 확실한 치료법이나 관리법이 없이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환우회는 "1형 당뇨병은 발전하는 의료 기술을 이용해 전문적인 교육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지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약속한 필수 보장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과감한 건강보험 혁신을 적용해 달라"고 했다.

    ◆ 1형 당뇨 국가책임제… 전방위적 지원책 없이는 '무용지물'

    1형 당뇨병은 '소아 당뇨'로도 불린다. 상급종합병원에서 밀려나 1~2차 병원으로 이동해 대응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타 질환 대비 들이는 시간이 많지만 그만큼 대기 환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다. 특히 단순 감기와 똑같은 진료수가는 '진료 기피'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문제가 쌓여 예견된 참극이 발생한 것으로 일종의 '사회적 타살'이라는 비판적 목소리도 커졌다. 이제라도 국가책임제를 적용하자는 제안이 나욌다. 

    16일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제도 설계자들과 제도의 실행자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이 비극을 외면해왔다"며 "1형 당뇨는 평생 관리를 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는 특성으로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큰 만큼 적절한 치료와 환자 가족의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국가책임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아 당뇨는 확진되더라도 진료만 꾸준히 잘 받으면 충분히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됐는데도 제도적 결함 탓에 부모는 부모대로, 소아 당뇨환자는 환자대로 큰 교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1형 당뇨환자를 위한 의료 보험 혜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방 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Medicaid)와 사회보장 장애 보험(SSDI)은 소득이 낮은 가족과 장애를 가진 환자에게 금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장애인법(ADA)은 당뇨병 환자에게 고용 및 교육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합법적인 조치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1형 당뇨환자와 가족들에게 환자 맞춤형 지원을 한다.

    최 회장은 "병든 어린 국민과 인생의 초입에 아기의 병마로 절망에 빠진 젊은 부모들에 대한 연민에 가슴이 메일뿐"이라며 "우리나라도 최소 18세가 될 때까지만이라도 1형 당뇨 환자가 장애인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하는 등 진료비 지원을 포함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시스템의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