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만 13조 확대 추진일부 지점은 전년比 기업대출 2배 이상 늘려야'절치부심' 우리은행, 출혈경쟁 조장 우려
  • 우리은행이 올해 기업여신을 지난해 대비 20%가량 확대하기로 하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또 중소기업 대출에서만 올해 약 13조원을 늘릴 계획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주요 경영전략 중 하나로 "기업금융 명가의 위상을 되찾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공격적인 기업여신 확대를 위한 시동을 건 것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들어 전국 영업점에 '역대급' 기업대출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안팎에선 기업여신에서 전년 대비 20%라는 성장 목표치를 설정한 게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 전략 발표회’에서 연간 증가목표치를 대기업대출 30%, 중소기업대출 10%로 설정해 기업대출 잔액 기준 2024년말엔 159조9000억원, 2025년말엔 181조7000억원, 2026년말엔 207조4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 잔액이 142조5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17조4000억원을 늘려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 할당된 목표는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이 157조9000억원인 하나은행이 올해 기업여신을 17조원 늘리기로 한 방침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지점마다 해당 규모나 전년도 실적 등에 따라 제시된 목표치가 다르긴 하다"면서 "특히 일부 영업점에서는 올해 기업여신을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늘리라는 목표를 할당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또 KPI(핵심성과지표) 항목 중 '기업대출' 배점을 종전 90점에서 올해 100점으로 비중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 비중을 높임으로써 기업여신 확대를 적극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은행 측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방점을 찍었지만 현장에서는 "무리한 목표치를 제시했다"는 분위기다. 

    우리은행의 한 영업점 직원은 "여신 성장 목표치는 통상 10% 안팎으로 제시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예년보다 크게 높게 잡은 것"이라며 "급격하게 높아진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인력이나 시간, 비용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데 실질적으로 지원이 이뤄질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여신 비중이 늘어난 만큼 다른 부분의 가중치를 낮춰주는 방안도 딱히 없어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이 역대급 기업여신 목표치를 영업점에 제시한 이유는 실적 하락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의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 잔액이 가장 적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12월 기업대출 잔액은 142조5000억원으로 4대은행 가운데 꼴찌다. KB국민은행이 175조1000억원, 하나은행이 157조9000억원, 신한은행 155조6000억원이었다. 3위인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잔액 차이는 13조1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업대출 성장세 측면에서 보면 4대 은행 중 우리은행은 2위를 차지했다. 하나은행이 전년 대비 14.5%(20조450억원)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고, 우리은행이 10.3%(13조2777억원)로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다른 은행들이 여신 건전성 차원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대출을 줄이자 우리은행이 '풍선효과'를 봤다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을 조이자 은행들이 기업대출 영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라며 "우리은행이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기업대출 성장을 이뤘지만 이는 다른 은행들이 이 기간 동안 건전성 관리차원에서 기업대출 영업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우리은행이 풍선효과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대기업여신 잔액은 41조920억원에 그쳤다. 1위인 하나은행(65조3050억원)과 24조원 이상 차이 난다. 국민은행(57조3790억원)과 신한은행(50조7210억원)에도 뒤처졌다. 

    지난해 전체 기업 여신에서 대기업여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우리은행이 13.9%로 가장 낮았다. 하나은행은 20%, 신한은행 15.8%, 국민은행 15.7%를 기록했다.

    절치부심한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점유율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2027년 업계 1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대기업 여신을 연평균 30%, 중소기업 부문을 10%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2026년 말 기업대출 잔액을 207조4000억원, 가계대출 잔액을 138조3000억원으로 늘려 60 대 40 비율로 재편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대출자산 중 기업대출 비중을 60%(자산 237조9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의 공격적인 기업여신 확대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새로운 영역 개척을 통해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않고 점유율 확보에 몰두하면 은행권 전반에 출혈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 면서 "치열한 경쟁으로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게 되면 금융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