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개발 'PCR·SGDDS' 기반 플랫폼사업MS AI서비스·네이처 글로벌 커뮤니티 활용 협력자사주 처분해 M&A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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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젠 제공
    씨젠이 글로벌 파트너와 손잡으며 기술공유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천종윤 씨젠 대표가 미래 먹거리로 꼽은 사업이어서 엔데믹 전환 이후 실적이 추락한 씨젠의 재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씨젠의 기술공유사업은 독자 개발한 신드로믹 정량 PCR(유전자증폭) 기술과 시약개발 자동화시스템 'SGDDS'를 세계 각국 대표 헬스케어기업에 제공해 맞춤형 진단기기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인 플랫폼사업이다.

    PCR 분자진단 기업 한 곳이 독자 개발할 수 있는 제품 수는 연간 10여개가 되지 않지만 집단지성을 활용해 개발한다면 매년 수백개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씨젠은 개발이 완료된 제품에 대한 글로벌 배분 권한을 확보해 현지 합작회사를 통해 글로벌 유통함으로써 유통 마진을 챙기는 사업구조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려면 진단기기를 개발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 해외 파트너사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씨젠은 지난 23일(현지시각) 글로벌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을 발표하면서 기술공유사업 확대에 필요한 인프라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MS 애저 오픈 AI서비스를 적용해 SGDDS에서 생성된 방대한 데이터를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씨젠의 기술공유사업 파트너 확대를 위해 MS 글로벌 헬스케어 팀과 손잡고 글로벌 행사에도 공동 참여할 계획이다.

    씨젠은 지난해 6월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를 포함한 약 3000개의 학술지를 발행하는 학술 전문 출판사 스프링거 네이처와도 손잡았다. 스프링거 네이처가 글로벌 과학 커뮤니티에 씨젠의 기술공유사업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협력해 전 세계 과학자와 전문가의 기술공유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같은 해 9월 PCR 진단시약 15종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 지원자를 공모하는 공고를 냈는데 40개국 이상에서 280건이 넘는 공모가 접수된 것으로 파악될 정도로 스프링거 네이처와 협력을 통해 과학자와 전문가의 관심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 

    씨젠 관계자는 “현재 공모자 선별 작업 중이며 올 3월 과제 선정자를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향후 개발을 마친 제품을 유통하기 위한 현지 파트너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이스라엘 진단기업 하이랩, 6월 스페인 진단기업 웨펜과 각각 기술공유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씨젠은 이들과 향후 개발될 진단기기의 유통을 담당할 현지 합작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씨젠은 최근 기술공유사업을 위해 처음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단행하기도 했다. 천 대표는 보유한 자사주를 활용해 기술공유사업에 필요한 IT는 물론 장비 회사 등을 M&A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15일 국내 IT 회사 브렉스 지분 100%를 인수했는데 이를 위해 자사주 20억원어치를 처분했다. 브렉스는 소프트웨어 기획 및 UX·UI(사용자 경험·사용자 인터페이스)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는 회사다. 씨젠은 브렉스를 활용해 디지털전환 추진은 물론, 기술공유사업에 필요한 맞춤형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첫 M&A로 포문을 연 만큼 추가 M&A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씨젠은 지난 15일 기준 자사주 609만7303주, 1982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씨젠 관계자는 “사업취지와 조건에 맞는 매물이 있다면 추가 M&A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씨젠이 기술공유사업에서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는 3월경이 돼야 지난해 공모한 과제에 선정된 연구자를 발표하고 지원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현지 헬스케어기업도 더 많이 확보해야 하는데 아직 현지 파트너사는 하이랩, 웨펜 두 곳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