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주 주목·주주환원 정책에 주가 날개지난해 4월 통합 메리츠 출범 후 주가 54% 급등자회사 실적 상쇄 효과로 수익성 개선
  • [편집자주] '왜오르株?(왜내리株?)'에서는 주식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핫(HOT)한 종목을 다룹니다. 주식은 둘 중 하나죠. 오르거나 내립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관심 있는 종목의 오르고 내리는 이유를 찾기 마련인데요, 간혹 해당 종목이 왜 오르는지 혹은 왜 내리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를 모르고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앞으로 해당 기사를 통해 상승·하락하는 종목들의 이유와 이에 대한 시장의 정확한 해석, 향후 전망까지 톺아봅니다. 

    언젠가 제가 증권 담당 기자로 발령났을 때 "깊이 있는 증권 기사는 손실에서 비롯된다"는 선배들의 조언에 손실을 각오하고 피같은 돈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제 주식 계좌에는 선혈이 낭자한데요. 흘린 피의 양으로 치면 저는 퓰리처상 감입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루돌프 사슴코마냥 빨간불 뚜렷이 반짝이는 종목이 있습니다. 바로 메리츠금융지주입니다.

    왜, 그럴 때 있잖아요? 물량 실은 주력 종목은 폭락하는데, 정찰병 1주 세운 그놈만 날아갈 때. 계좌에서 유일한 빨간불이 오히려 제 가슴을 후벼팔 때.

    언젠가 주가가 더 떨어지면 담아야지 했는데 기회를 주지 않고 훌쩍 떠나버린 그런 주식, 제게 메리츠금융지주가 그런 종목입니다.  

    엉덩이가 무거운 종목으로 통하는 금융주인 메리츠금융지주는 최근 10거래일 만에 13% 넘게 올랐는데요,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구상을 밝힌 지난달 24일을 기점으로 주가는 날개를 달았습니다.

    최근 정부의 저평가 기업 개선 정책 방침 덕분에 PBR이 대표적으로 낮은 업종인 금융과 보험주 전반에 수급이 쏠린 덕분이죠. 

    사실 시계열을 넓혀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이미 그 전부터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과거 자회사가 중복 상장된 탓에 높은 순이익과 자기자본이익률(ROE)에도 2010~2019년 주가수익비율(PER)이 서너 배에 불과한 초저평가주 시절이 있었죠.

    여타 금융주와 주가 흐름이 별반 다르지 않았던 메리츠금융지주가 만년 저평가 종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주주환원 정책 덕분입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경영 효율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그룹 내 기존 상장 3사 중 메리츠금융지주만 남기고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상장 폐지한 후 지주사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습니다. 당시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샀던 '쪼개기 상장'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두고 당시 시장 참여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통합 메리츠는 출범과 동시에 그룹 연결 순이익의 무려 50%를 주주환원에 쓰겠다고 약속했죠.

    시장은 이 남다른 정책에 화답했습니다. 통합 작업이 마무리된 4월말부터 주가(4만5600원)는 꾸준히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지난 7일 종가 기준 7만원을 돌파했습니다. 무려 54%의 주가 상승입니다. 

    이전에도 메리츠금융지주는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지속해왔습니다. 2019년과 2021년 각각 700억원, 1500억원어치 매입한 자사주는 이듬해 전량 소각했고요. 2022년 3000억원어치에 이어 지난해 64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통합 메리츠로 기대됐던 수익성 개선까지 현실화하면서 주가 상승 재료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순익 2조원을 돌파한 것인데요, 1년 새 30% 성장입니다.

    통상 증권사 수익성은 금리가 내려갈 때 좋아지고 보험사는 금리가 올라갈 때 실적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주 연결재무제표로 통합되면서 전체 수익이 개선된 것인데요.

    실제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대비 당기순이익은 28.8% 감소한 5900억원을 기록했지만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84.2% 증가한 1조5700억원을 기록하면서 증권 수익 감소분을 상쇄했습니다.

    자회사인 메리츠증권의 사정만 보면 내부통제 관련 크고 작은 구설에도 올랐고, 최근 금융당국이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해 강도 높은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는 등 업황이 녹록치 않지만 시장은 통합 메리츠의 저력에 더욱 가치를 부여하는 모습입니다. 

    메리츠증권은 영업점에서도 주요 고객 계좌에 꽤 높은 비중으로 메리츠금융지주를 담는다고 하는데요. '고객 수익률=밥줄'이자, 내부 사정에 밝은 PB들일 텐데 상당한 자신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나 세금에 민감한 큰손 고객들이 주목하는 건 비과세 배당입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2조1500억원 규모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바꿔 배당 재원을 늘리기로 했는데요. 이는 법인세법 등에 의거해 자본준비금 감액으로 인한 배당금은 개인주주의 원천징수 대상에서 제외돼 100% 그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종목의 사정을 쭉 나열하고 보니 저는 이 주식을 왜 더 사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마도 조정을 기다려서였겠죠?

    지난달 말 작성된 한 증권사의 리포트 제목이 떠오릅니다. '메리츠금융지주: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다. 오늘이 가장 싼 주식, 주가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며 6개월 목표주가 7만7000원을 제시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7만원, 현대차증권의 목표주가는 7만8000원. 8일 오전 9시30분 현재 주가는 전일 대비 3% 넘게 오른 7만2400원입니다.

    숨가쁘게 달려온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는 쉬어갈까요, 더 오를까요, 아니면 조정받을까요.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