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반도체 수요… 신규 팹 '숨고르기' 필요美 대선 앞두고 테일러시의회 등 조기준공 압박국내 투자 계획 일부 변경도 '총선' 눈치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신공장 건설 모습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신공장 건설 모습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가동을 앞두고 미국 정치권 압박에 시름하고 있다. 삼성은 시장 수요와 거시 경제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투자 일정을 변경할 수도 있지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테일러시 등 현지 정치권은 반도체 기업을 자국에 유치한 성과를 드러내기 급급한 모습이다.

    1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가동 시점을 두고 미국 정치권과 삼성전자 사이에 이견이 발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테일러시 측에선 삼성이 오는 7월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지만 삼성은 앞선 계획에 따라 연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삼성과 테일러시의 이견은 이달 초 본격적으로 표면회됐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신공장이 건설되고 있는 텍사스주 윌리엄슨카운티 정기회의를 마치고 빌 그래벨 카운티장은 "늦어도 오는 7월 삼성 신공장에서 제조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하며 예정보다 반년 정도 빨리 삼성 미국 신공장이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지난달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찾아 삼성 경영진들과 테일러 공장 건설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이 같은 발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래벨 카운티장은 "최근 서울을 방문하면서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만나 테일러 공장 운영과 제조 일정에 대한 세부사항을 확인했다"며 7월 가동설에 힘을 실었다.

    이에 앞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행사인 '세미콘 코리아 2024'에도 참석한 그래벨 카운티장은 삼성 테일러 공장이 외관 공사를 대부분 마치고 현판까지 달았다며 연내 가동은 물론이고 공장 가동 기념행사까지 열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외부 공사를 마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공장에 반도체 생산 장비들이 반입되기 시작하고 양산을 위한 대부분의 준비가 마무리된다.

    이 같은 외부 관계자들의 발언이 이어졌지만 삼성은 연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문제를 제대로 매듭짓지 못할 가능성을 감안해 예정보다 1년 가량 늦은 내년 양산까지고 고려하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 올해 반도체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삼성이 신규 투자 전반에 시간을 갖고 숨 고르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삼성이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설비투자는 국내에선 평택캠퍼스 신공장 준공건과 미국에선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건으로 나뉘는데 양쪽 모두 반도체 시장이나 거시경제 전망에 따라 기존 일정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의 경우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반도체 산업 유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정치권에서 삼성 테일러 공장을 활용하고 있다는데 있다. 삼성에선 아직 미국 반도체 보조금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고 업황과 거시 경제 상황을 고려해 테일러 공장 가동 시점을 무리해 앞당길 필요성이 없지만 테일러시 관계자 등이 잇따라 조기 가동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삼성도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오는 3월을 전후로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실제로 지급하게 되면 삼성과 같은 보조금 수령 기업들에 대한 압박은 더 다양하고 강력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 되고 특히 대통령의 그간 경제 성과를 선보이는 오는 3월 7일 국정연설을 전후해서 반도체 보조금 지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조금을 받으면 삼성도 테일러 공장 가동을 시작하기 위한 동력을 더 얻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가동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 큰 변수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이 신공장 투자에 압박하고 나서는건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 평택 캠퍼스 신공장 건설을 두고도 지켜보는 정치권의 눈이 매섭다. 최근 평택에 신설하고 있는 5공장 일정이 일부 변경된 데 대해서도 정치권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후문이다. 국내에서도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삼성 공장을 유치하고 있는 지역에선 삼성의 투자 관련 소식이 최대의 화두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