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 "공공병원 비상진료… 전국 응급실 응급·중증 환자 최우선 대응""공보의·군의관 투입도 준비… 의대 증원은 지역·필수의료 살리는 의료개혁"보건복지부, 의사 단체 집단행동 현장점검 나설 예정
  • ▲ 의료진.ⓒ연합뉴스
    ▲ 의료진.ⓒ연합뉴스
    정부가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과 관련해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에게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한다고 19일 밝혔다.

    또한 집단행동이 현실화할 경우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하고 공공의료기관의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해 의료 공백을 메우겠다는 태도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지금부터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한다"고 발표했다. 박 차관은 "말 그대로 현재 하고 있는 진료를 유지해 달라는 명령"이라며 "필수의료 유지 명령이 기관에 대해 응급과 중중, 수술 의료기능을 유지해달라고 기관장에게 내린 명령이라면 진료유지명령은 의료인 개인에 대해 내린 것이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각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및 필수의료 유지 명령',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에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각각 내렸다.

    의료법 59조는 복지부 장관이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박 차관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의사단체의 주장에 대해 "의사단체는 국민 1인당 외래일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많고 이를 감당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외래일수가 많은 이유는 '3분 진료, 3일 처방' 등 짧은 진료시간과 짧은 처방일수 때문이다.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증하면 지금 인력으로는 업무량을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대 증원 규모 축소 가능성에 대해선 "2000명이라는 숫자가 많지 않다. 협상을 통해 숫자를 늘리고 줄이고 할 문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 차관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공의 집단행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위를) 집단행동 교사로 볼 여지가 있다고 보고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박 차관은 "의협이 정부의 조처를 '의사에 대한 도전'이라 하고, '의대생과 전공의의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을 처벌하려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달라고 호소한 국무총리의 담화문마저 '겁박'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박 차관은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표현이라 하기엔 믿을 수 없다. 국민의 생명을 협박하는 반인도적 발언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며 "이런 인식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한 것인지 참으로 충격적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전공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이날 현장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황이 파악되면 신속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부터 의사 단체 집단행동에 따른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집단행동으로 말미암아 중증·응급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피해가 발생한 경우 국번 없이 '129번'으로 전화하면 상담과 함께 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해 소송을 지원한다.
  • ▲ 19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19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관계 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들의) 집단행동 시 공공의료기관의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집단행동 기간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하면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해 비상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응급·중증 수술을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필수의료 과목 중심으로 진료가 이뤄지게 체계를 갖추며 상황 악화 시 공보의와 군의관을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97개 공공병원의 평일 진료 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공휴일에도 진료하도록 하겠다"며 "12개 국군병원의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하고 필요 시 외래 진료까지 확대하겠다"고 부연했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지난주 일부 전공의가 사직서를 낸 데 이어 서울 5개 대형병원 전공의가 오늘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내일부터 병원 근무를 멈춘다고 한다"면서 "의대생들도 내일 동맹휴학을 하겠다는데 이는 국민의 바람에 반하는 안타까운 결정"이라고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했다.

    이어 "의사 단체가 지금이라도 집단행동 계획을 철회하고 국민과 의사 모두를 위한 정부 의료 개혁에 동참해 준다면 더 빠르고 더 확실하게 의료 개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정부가 간곡히 말씀드린 대로 의대정원 증원 계획은 붕괴하고 있는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고 국민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고치는 더 큰 의료개혁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전문가, 대학이 고심해서 내린 결정"이라며 "영국, 독일, 일본 등 우리보다 국민 1인당 임상의사 숫자가 더 많은 선진국도 우리보다 먼저, 큰 규모로 의사를 증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세계에서 가장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돼 의료 수요가 가파르게 치솟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충분히 증원되지 못한다면 지역·필수의료 분야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 총리는 "의사 양성에 길게는 10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의대정원 증원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며 "정부의 의료개혁은 국민뿐만 아니라 의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전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국민들 마음과 믿음에 상처 내지 말고 부디 의료현장과 환자의 곁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지만,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변동 없다. 국민만 보고 원책대로 대응하겠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빅5' 병원 전공의들은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부터 근무를 중단한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의사 면허 취소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