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코, 남양유업 임시주총 가처분… 한앤코 이사진 후보로2021년보다 이사 수 절반… 집행임원제도 위한 정관 정비도버티는 홍원식 회장, 정기 주총 재선임 후 임시주총서 물러날듯
  • ▲ 지난 2021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퇴를 선언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뉴데일리DB
    ▲ 지난 2021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퇴를 선언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뉴데일리DB
    남양유업의 새로운 경영진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법원에 남양유업의 임시주주총회 소집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새로운 이사진 후보를 올렸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앤코 경영진은 남양유업의 이사회에 다수 포진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21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의 반대에 의해 부결됐던 윤여을 한앤코 회장 등의 경영진의 이사회 입성도 화려하게 성사될 전망이다. 

    21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한앤코는 지난 8일 서울지방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임시주총 신청서에는 남양유업의 정관 일부 변경 외에도 한앤코 측 경영진이 새로운 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것이 특징.

    한앤코 측은 사내이사, 사외이사를 각 1명, 기타비상무 이사를 2명을 각각 선임할 예정이다.

    먼저 윤여을 한앤코 회장을 비롯해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이 각각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사내이사로 임시 의장으로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이 후보로 올랐다. 사외이사로는 이명철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장이 추천됐다.

    이동춘 부사장은 소니코리아 시절부터 윤여을 회장과 손발을 맞춰왔던 최측근이다. 윤여을 회장은 소니코리아 대표 출신으로 지난 2013년 한앤코가 웅진식품을 인수했던 당시에도 함께 이사진을 맡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 2021년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인수한 직후에 소집된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후보로 올랐던 인사들이다. 다만 당시 한앤코가 감사까지 총 8인의 이사회를 추진하던 것 보다는 절반 수준으로 규모가 줄었다. 이는 한앤코가 남양유업에 도입할 예정인 집행임원제도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한앤코는 이사회의 새로운 구성과 별개로 정관 변경을 통해 문구 정비 및 집행임원제도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집행임원제도는 집행만 전담하는 임원을 두는 제도다. 이 경우 이사회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만 갖게 되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의 겸임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이번 주총 이후 한앤코는 별도의 대표이사 등 집행임원 선출 절차를 거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남양유업이 오너 1인 체제에서 투명성이 강화된 지배구조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다만 여전히 잡음은 적지 않다. 홍원식 회장 일가가 여전히 이사회를 장악하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달 초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이 모두 한앤코로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영권을 놓지 않고 있다. 자신을 남양유업의 고문으로 선임하라는 주주간 협약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의 버티기가 이어질 경우 남양유업은 한달 사이에 연이어 주총을 개최해야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법원은 한앤코의 임시주총 가처분 관련 심문기일이 내달 27일로 잡았는데, 2주전 주총 소집 공고를 내야하는 상법을 고려하면 실제 임시주총은 4월 초에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경우 3월 말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임기만료를 앞둔 홍 회장 일가가 모두 재선임되고 곧바로 이어진 4월 임시주총에서는 모두 물러나는 상황이 펼쳐질 전망이다.

    정기주총의 주주명부폐쇄 기준일이 지난해 12월 31일인 반면, 한앤코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 이달 초였기 때문에 생겨난 낭비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총회를 개최할 때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했을 때, 홍 회장이 정기주총에 한앤코의 안을 올리고 수용하는 것이 제일 합리적이겠지만 홍 회장 측에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의미 없는 주총이 한번 더 열리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