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회장, 돌연 매각 번복 이후 3년 소송 결국은 대법서 패소3년간 시간이 멈춘 남양유업, 엔데믹 이후에도 실적 악화 중인수 참여했던 대유위니아도 법정관리, 홍 회장 실익도 전무
  •  “선친 때부터 57년을 소중히 일궈온 남양유업을 이렇게 쉬이 말을 바꾸는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는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지난 2021년 9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남양유업 매각을 번복하며 내놓은 입장이다. 이 한마디가 남양유업과 그 안팎의 모든 관련자에게 손해를 끼치게 되는 첫 발이 될 줄은 당시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대법원 판결로 남양유업의 강제 매각이 결정될 때까지 걸린 기간은 약 3년. 그 동안 남양유업은 성장동력을 잃었고 인수자였던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는 소송으로 무의미한 시간을 허비했다. 심지어 홍 회장도 요구사항의 실현은커녕 막대한 소송비용까지 부담하게 됐다. 결국 이 과정에서 웃은 것은 막대한 소송비를 챙긴 변호인단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 ▲ 2021년 5월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대국민사과 후 눈물을 훔치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뉴데일리DB
    ▲ 2021년 5월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대국민사과 후 눈물을 훔치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뉴데일리DB
    ◆ 매각 번복 3년, 남양유업 실적은 악화일로

    4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홍 회장과 가족들은 남양유업의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한앤코에 넘기게 됐다. 

    이런 판결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측면이 있다. 앞선 1, 2심 재판부도 모두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앤코가 제기한 홍 회장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협약이행금지 가처분 소송도 모두 한앤코의 승리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홍 회장이 대법원까지 간 것은 유·불리를 떠나 매각을 막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1심 패소 이후 협상을 시도하거나 소송을 취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홍 회장이 워낙 소송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대법원까지 왔지만 이 과정에서 그가 얻은 실익은커녕 관계자 모두가 손해보는 상황만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수년간 이어진 남양유업의 소송 과정에서 이익을 본 이는 거의 없다. 당장 남양유업은 매각 번복 이후 홍 회장의 의결권마저 가처분 소송으로 금지되면서 그야말로 시간이 멈췄다. 당장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는 2021년 사의를 표한 이후 차기 대표가 선임되지 못하고 김승언 남양유업 경영지배인 대행의 비상경영체제로 이어져왔다. 이 전 대표는 현재까지도 남양유업의 대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기인사는커녕 인적도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엔데믹 이후 이어진 실적 회복 기간에도 남양유업은 변화에 적응할 ‘골든타임’을 놓쳤다. 2021년 매출 9489억원에 영업손실 767억원을 기록했던 남양유업은 지난 2022년 기준 매출 9647억원에 영업손실 868억원으로 오히려 악화됐다. 같은 기간 경쟁사 매일유업이 성인건강기능식 시장에 진출해 체질변화에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남양유업 매각에 제동이 걸린 2021년 홍 회장과 개별 협상을 통해 새로운 남양유업 인수자로 떠올랐던 대유위니아그룹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대유위니아그룹은 자사 임직원을 남양유업의 임원으로 파견했는데, 한앤코가 상호협약이행금지 가처분에서 승소하면서 모두 없던 일이 됐다. 

    문제는 당시 대유위니아그룹이 홍 회장에게 계약금으로 지급했던 320억원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결국 위약벌 등 청구소송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대유위니아그룹은 2심에서 홍 회장에게 승소했지만 그 사이 대유위니아그룹은 유동성 문제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모든 법정공방에서 승소를 거둔 한앤코도 실익을 챙겼다고 보기도 힘들다. 한앤코는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 후 성장시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바이아웃’ 형태의 사모펀드다. 한앤코는 3년의 허송세월을 보낸 것에 더불어 더욱 시장상황이 악화된 남양유업을 인수하게 됐다. 
  •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모습.ⓒ뉴데일리DB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모습.ⓒ뉴데일리DB
    ◆ 홍 회장, 천문학적 소송비용 부담에 손배까지

    그렇다면 홍 회장은 이번 소송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공교롭게도 매각 번복과 장기간 소송을 주도하던 홍 회장도 얻은 것이 전무하다. 당초 요구했던 ‘백미당 매각제외’, ‘오너일가 처우보장’ 등이 받아드려지긴 커녕 천문학적인 불어난 소송비용 청구 받게 됐다. 모든 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홍 회장은 한앤코의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한앤코는 홍 회장에 대해 계약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남양유업에서만 47년을 근무해온 홍 회장의 퇴직금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남양유업의 지분 3%를 보유한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는 최근 남양유업 이사회에 홍 회장 등 이사들의 퇴직금과 보수 지급을 정지하라는 유지청구를 했다.

    약 170억원으로 추정되는 홍 회장의 퇴직금이 지급될 경우 남양유업이 회복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는 취지다. 상법 제402조에 따르면 회사의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는 행위로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 감사 또는 1% 이상 지분 보유자가 해당 이사의 행위를 멈추도록하는 유지(정지하고 금함) 청구를 할 수 있다.

    결국 식품업계에서는 이번 홍 회장에서 비롯된 남양유업 매각 소송에서 웃은 것은 변호인단 밖에 없다는 웃지 못 할 농담까지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너의 잘못된 판단과 욕심이 관계자 모두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한앤코의 향후 과제도 남양유업의 기존 이미지를 얼마나 쇄신할 수 있는지아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