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어닝 서프라이즈'에 관련주 급등SK하이닉스 장초반 '신고가'·삼성전자도 상승세"1분기 실적도 호실적 예고, AI반도체 수혜 기대"
  • ▲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로이터연합통신
    ▲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로이터연합통신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깜짝 실적을 공개하면서 국내 반도체 관련주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연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AI 반도체주는 최근 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엔비디아 효과'로 다시 살아날지 주목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장초반 15만6000원까지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오전 9시 25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500원 상승한 7만3500원을 가리키고 있다. 이 외 한미반도체, 하나마이크론, 이수페타시스 등도 2~7%대 강세다. 코스닥 시장에선 ISC와 이오테크닉스가 2%대 오르고 있다.

    전일만 해도 파란불을 켰던 반도체주가 상승한 건 엔비디아의 호실적 덕분이다. 엔비디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21억 달러로 전년 동기(60억5000만 달러) 대비 26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24억 달러로 769%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66.7%로 최고 기록을 깼다. 

    엔비디아는 매출 증가는 H100과 같은 서버용 인공지능(AI) 반도체 판매 호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이터센터(IDC) 사업의 매출이 409% 늘었다. 전통 사업 부문인 노트북과 개인용컴퓨터(PC) 용 그래픽 카드를 포함하는 게임 부문도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올해 역시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예고되고 있다. 뉴욕 월가는 엔비디아의 올 1분기 매출을 240억 달러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시장 전망치 221억7000만 달러의 8%를 웃도는 수준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가속컴퓨팅 및 생성형 AI가 티핑 포인트(특정 현상이 급속도로 커지는 지점)에 도달했다"며 "국가, 산업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9% 상승하면서 미국 내 시가총액 3위 기업에 오르게 됐다. 지난 14일 엔비디아는 주가 상승세에 힘입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시총을 뛰어넘었지만 앞서 2거래일 연속 정규장에서 약세를 보이며 시가총액 순위가 5위로 밀려난 바 있다. 

    현지 AI 관련주들도 시간 외에서 일제히 뛰었다. 서버 부품 공급업체인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는 6%,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AMD는 3%, 블로드컴과 마벨 테크놀로지는 모두 2% 이상 급등했다. 영국계 반도체 설계업체 ARM은 7.5% 급등했다. 

    엔비디아의 거침없는 성장세에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의 실적 향상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 등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4세대 제품인 HBM3를 지난해 3분기까지 독점 공급해왔고, 4분기 후반부터는 삼성전자도 공급에 참여키로 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 점유율은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50%,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엔비디아뿐 아니라 '메타' 수혜까지 기대되고 있어 관련주들의 수혜는 지속될 전망이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엔비디아의 삼성전자와 'AI 반도체 동맹' 구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초미세 공정 능력을 보유한 삼성전자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저커버그 CEO는 지난달 범용인공지는(AGI)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100 35만 개를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직까지 엔비디아가 생성형 AI 시장에서 80% 이상 독점하고 있지만 향후 메타와 삼성전자 간 협업이 본격화 될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 내 새로운 훈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운용사들이 엔비디아에 대해 제시한 실적 전망치가 높다는 우려가 있었고 수요는 강하지만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서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걱정도 했다"며 "경쟁사들의 도전이 본격화되고 있고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도 엔비디아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시장은 염려했지만 AI 시장 성장 전망과 강한 독점력을 바탕으로 장기 주가 상승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실적 호조 및 시간 외 강세로 국내 반도체 업종의 강세가 전망된다"며 "특히 코스피 대비 코스닥 가격의 매력도가 상승한 수급 환경을 고려할 때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