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말기 환자 병원서 쫓겨나 생사 갈림길전국 응급실서 '전원 불가' 메시지… 사망 전조증상 병원 지키는 교수들 중심으로 중재안 마련 '시급' "이번 주 지나면 재앙으로 바뀔 것" 경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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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중증·말기 환자들이 병원에서 쫓겨났고 갈 곳을 잃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지만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고 일부 전임의와 교수들까지 "제자의 편에 서겠다"며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의료대란의 피해자는 속출하고 있고 필수의료 붕괴가 시작됐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사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최근 다수의 환자들로부터 의료대란 피해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외래가 밀렸다는 흔한 얘기부터 항암제를 투여가 중단됐다는 불만, 수술 일정이 미뤄지고 입원이 거부됐는데 전원 받을 곳이 없다는 사례가 계속 포착된다.

    이 중 한 제보자는 "빅5병원 중 한 곳에서 쫓겨나 췌장암 말기환자인 남편이 요양병원으로 이동한 당일 사망했다"고 했고 또 다른 제보자는 "응급투석을 못한 할머니가 자택에서 대기하다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 보도가 어려운 부분은 과연 전공의 부재 탓인지 개연성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 병원의 사례처럼 자연 사망일 가능성도 있어 일방적 주장만을 싣는 것이 무리가 있다. 그러나 수면 위로 오르지 않는 실제 병원 밖 사망 사례는 존재할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9일부터 운영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상담 사례는 나흘간 총 189건이다. 이 수치는 점차 늘고 있으며 사망에 가까운, 생사의 순간에서 환자가 의사를 찾기 어려운 구조가 됐음은 분명하다. 

    전공의 비중이 높은 대형병원에서 환자를 받지 못하면 종합병원인 2차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 절차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각 지역거점 응급실은 연일 '환자 수용 불가' 메시지를 띄우고 있다, 중증, 응급수술이 가능한 곳이었는데 배후진료가 불가능하니 가용병상이 있어도 환자를 보내지 말아달라는 의미다. 이러한 환자는 의료전달체계상 하위 기관으로 보내지지만 이곳에서도 적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뺑뺑이를 돌다 사망하는 환자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빅 5병원을 돌다 군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고령 환자를 비롯해 병원을 전전하다 겨우 살아난 환자의 사례가 쌓이고 있다는 것은 사망환자가 곧 발생한다는 명백한 전조증상이다. 

    결국 이번 주부터 의료대란은 사망자 발생을 염두에 두고 시작된다. 다수의 응급의학과 교수들과 응급실 의료진들은 "전원을 보내기도 보낼 수도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며 "3차 기관에서 대응을 못 하면 사망자는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의료계 내부서도 갈등… 정부-교수 협의체로 해결책 찾나

    정부는 지난 23일 위기단계를 최고수준으로 격상시켰는데 이는 행정처분의 본격화를 의미한다. 그런데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투쟁의 강도를 내리지 않고 있다.

    일련의 TV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찾겠다고 공언했으나 수포로 돌아갔고 강대강 대치는 지속되고 있다. 결국 중재의 역할은 병원서 자리를 지키며 환자를 돌보고 쉴 틈 없이 수술을 이어가고 있는 의대 교수들의 몫으로 남았다.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대 교수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사공이 많아지면 산으로 갈 것"이라는 의료계 내부 비판적 여론이 형성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정진행 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복지부 차관과의 회동을 통해 정부가 이 사태의 합리적인 해결을 원하고 있으며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와 교수들이 지금 당장 협의의 주체 및 협의사항 향후 계획 정도만 합의하고 (정치적 목적 등 배제을 위해) 본격적인 협의는 4월 국회의원 총선 이후에 시작하더라도 이 사태의 해결은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대 비대위가 기존 '전공의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강경한 입장에서 정부와의 적극적 대화와 중재가 필요하다고 호소한 가운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역시 "현 의료 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홍승봉 성균관의대 교수협의회장는 "의료대란의 피해는 모두 중증·난치성 환자에 돌아가고 다음 달이면 의료대란은 재앙으로 바뀔 것"이라며 "정부는 일방적인 증원 정책을 멈추고 의사 단체는 시위를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