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차 진옥동 회장 글로벌 확대 본격화취임 후 일본‧영국‧독일 등 6차례 해외 IR 나서글로벌 정도경영 지키며 지속가능한 성장 추구
  • ▲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신한금융
    ▲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신한금융
    상당수 국내 금융사들은 '단기 실적주의'에 쉽게 빠져든다. 실적이 CEO(최고경영자)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가장 큰 잣대이기 때문. 최근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처럼 대규모 금융 사태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정도 경영'은 '유쾌한 반란'이란 느낌을 준다. '천천히 가더라도 고객을 최우선하며 가자'는 그의 경영철학은 금융권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금융권 '돈키호테'라는 별명을 얻었다. 진옥동 회장이 추진하는 정도경영의 배경과 지향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우리나라 금융자산의 양적 성장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살아남으려면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 결국 자산운용과 해외사업 역량에서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다”(진옥동 신한금융금융 회장, 2023년 9월 영국 런던서 개최한  ‘금융감독원·지자체·금융권 공동 투자설명회’ 중)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해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울타리를 넘어 새로운 지속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투자 유치, 글로벌 IR(기업설명회) 행보 등에 집중하고 있다. 

    진 회장은 오랜 일본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역량을 십분 발휘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 '일본 성공신화' 진옥동 회장… K-금융세일즈 본격화

    지난해 3월 취임한 진 회장은 해외시장 확대에 주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K-금융 전도사를 자처했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 일본 IR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6차례 글로벌 일정을 소화했다. 

    일본 시장은 신한금융을 창업한 주요 주주들의 활동 본거지이자 해외사업 핵심 거점이다. 베트남 시장 다음으로 순이익이 많이 나는 곳이기도 하다. 진 회장은 20여년간 일본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재일교포 주주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특히 한일관계가 냉각기를 겪거나 반일감정으로 인해 기업활동을 하기 어려운 시절, 물밑에서 일본과 상호 신뢰 관계를 구축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그의 일화는 유명하다. 

    신한은행의 일본 현지 법인 SBJ은행은 2012년 말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하자 이듬해인 2013년 수익형 부동산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론'을 출시했다. 대규모 양적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에 따라 주택경기가 수혜를 볼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그 예상은 적중했다. 

    2013년 211억엔이던 주택론 취급고는 그가 SBJ은행에 몸담고 있던 2015년 1080억엔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덕분에 SBJ은행은 2017년까지 신한금융 글로벌법인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당시 진옥동 SBJ은행 일본법인장은 상무급에서 부행장으로 두 단계 고속승진하기도 했다. 

    진 회장은 신한금융 회장에 오른 이후에도 일본통 경험을 살려 양국의 무역 정상화에 대한 수출입 기업 지원, 민간 교류 증진 등에도 힘을 쏟았다.

    가깝고도 먼 일본과의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도경영의 자세로 마주치면서 신뢰를 쌓은 결과다.

    지난해 4월 일본 IR 당시에도 다양한 금융권, 경제계 인사들과 미팅을 이어가며 신한금융의 일본 내 비즈니스 확대와 양국 간 금융 가교 역할을 하는 등 한일관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 회장은 취임 후 일본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엔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을 찾아 현지 투자자들을 만났다. 

    지난해 9월에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영국과 독일을 찾아 IR를 펼쳤다. 

    그 결과 작년 11월 신한은행은 영국 기업통상부와 투자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신한금융 차원에서 영국에 향후 5년간 3조2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하고 있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런던을 중심으로 자금시장 허브를 구축해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지역의 자금 조달과 운용 기능을 강화하고, 증권·파생거래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진 회장은 지난해 10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세계 각국 금융 전문가 등과 만나 글로벌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 ▲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의 로열 랭캐스터 런던 호텔에서 열린‘2023년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왼쪽부터)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이사,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 윤여철 주영국 한국대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강철원 서울시 정무부시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박종문 삼성생명 사장ⓒ금감원
    ▲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의 로열 랭캐스터 런던 호텔에서 열린‘2023년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왼쪽부터)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이사,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 윤여철 주영국 한국대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강철원 서울시 정무부시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박종문 삼성생명 사장ⓒ금감원
    ◇ 국내서 내실‧정도경영… 해외선 지속가능 성장

    진 회장은 국내에서 ‘내실 다지기’ 등 질적 성장에 집중하면서 해외에서는 지속 가능한 경영기반을 닦는데 초점을 맟췄다. 

    신한금융의 글로벌 사업은 꾸준히 성장해 가고 있다. 

    신한금융 글로벌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한베트남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은 1848억원으로, 우리은행(1843억원), 하나은행(1065억원), KB국민은행(493억원) 등 경쟁사 해외법인보다 많았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말 글로벌 총 자산은 57조1810억원으로 전년(55조1750억원) 대비 3.6% 성장했다. 

    글로벌 손익 비중은 2022년 12.1%에서 지난해 말 12.9%로 높아졌다. 진 회장은 지난해 초 신한경영포럼에서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손익 비중을 30%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위해 진 회장이 세운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투자설명회에서 “빌드업(천천히 쌓아가는 것)은 성과가 나오는데 오래 걸리는 게 단점이고, M&A(인수합병)은 신속성이 장점”이라며 “우수한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 투자를 통해서 마켓을 성장시키고 이익을 내는 방법도 있는데, 세 가지 모두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서 보고 있다”고 했다.

    신한은 글로벌 사업에서 비은행 확대 방안으로 벤처투자를 시도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인 ‘신한 퓨처스랩 재팬’을 통해 2022년부터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지원과 일본 스타트업 육성, 투자에 적극 뛰어든 것이다.  

    신한금융은 인도네시아를 기회의 땅으로 꼽고 있다. 은행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 침투율이 상당히 낮아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지난해 12월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2억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 해양·수자원 관련 업종과 신재생에너지·에너지효율 관련 프로젝트, 중소기업 등 섹터에 각각 15%, 40%, 20% 비중으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