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강남권 하이엔드 수요↑…'오티에르' 선전 변수적용단지 늘리자니 수익성 애매…희소가치 저하 우려도건설사 "평당 900만원 돼야 수익"…조합은 가성비 중시
  • ▲ 서울 한강변 아파트단지. ⓒ뉴데일리DB
    ▲ 서울 한강변 아파트단지. ⓒ뉴데일리DB
    하이엔드브랜드 열풍이 최근 다시 거세지는 분위기다. 한강변과 강남권 도시정비사업지를 중심으로 하이엔드브랜드를 요구하는 조합이 하나둘 늘자 건설사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수주경쟁력 향상과 확장성을 위해 하이엔드브랜드 공급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무작정 늘렸다간 희소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공사비도 하이엔드브랜드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중 하나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재건축·재개발시장 분위기가 일부 살아나면서 하이엔드브랜드 수요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공사비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조합들 눈높이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한편 건설사들은 선택기로에 섰다. 수주실적을 올리기 위해 하이엔드브랜드를 적극 내세우거나 반대로 선별수주를 강화해 희소성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특히 최근 포스코이앤씨가 하이엔드브랜드 '오티에르'를 내걸고 도시정비 수주전에 적극 뛰어들자 경쟁사들 고민도 보다 깊어졌다.

    포스코이앤씨는 확실하게 '확장성'을 택했다. '오티에르'가 후발주자인 만큼 공사비를 낮추더라도 수주사업지를 공격적으로 늘려 시장에 안착시킨다는 전략이다.

    현재로선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어가는 분위기다. 연초 공사비 1조3274억원 규모 '부산 시민공원주변 촉진2-1구역 재개발사업'을 따냈고 '저가공사비' 논란이 불거졌던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에 단독입찰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새수장으로 그룹재무통인 전중선 사장이 취임한 만큼 추후 수주전략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오티에르'가 도시정비판을 흔드는 양상"이라며 "전년보다 도시정비시장 분위기가 조금 살아난 만큼 적극적으로 하이엔드브랜드를 내세울지 선별수주 기조를 이어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등 시장 내외부환경이 워낙 좋지 않다보니 이전보다 '가성비'를 따지는 강남권 소유주들이 많아진 분위기"라며 "그러나 조합들이 하이엔드브랜드를 원하면서 공사비는 또 최대한 줄이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 ▲ 아파트 재건축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아파트 재건축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공사비인상 여파로 하이엔드 적용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도 건설사들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다.

    최근 한강변에 위치한 서울 용산구 산호아파트 재건축조합은 3.3㎡당 830만원 공사비에 '시공사 최상위브랜드 참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래미안'이나 '자이'처럼 브랜드가 하나인 건설사는 시공조건 고급화를 요구했다.

    이단지는 지상 12층, 6개동 554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통해 지상 35층, 7개동 647가구로 탈바꿈하게 된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용산구에 한강변 입지이니 일단 건설사들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가구수나 고급화 조건 등을 고려해보면 현재로선 수익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서울 강남구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최근 조합들 사이에선 '공사비가 이렇게 올랐는데 '그것(하이엔드브랜드)'도 못해줘?'라는 보상심리가 크게 자리잡은 것 같다"며 "3.3㎡ 700만~800만원대도 충분히 부담스러운데 공사비를 추가로 올려달라고 하면 대화가 성립이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공사비가 3.3㎡당 900만~1000만원은 돼야 수지타산이 겨우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명확하게 공사비 얼마이상부터 하이엔드브랜드를 적용한다는 기준은 없고 입지나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본다"며 "단지규모 등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800만원대 공사비로는 하이엔드브랜드 적용시 수익성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 올해 수주실적을 올리려면 하이엔드브랜드를 활용하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현재 공사비로는 수익성이 크지 않고 브랜드희소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난감한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하이엔드브랜드는 단순히 명칭만 바뀌는 게 아니라 마감재나 조경 등 여러 부분에서 고급화가 이뤄진다"며 "아직 시장 불안정성이 큰 시기인 만큼 과거처럼 하이엔드단지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