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HBM 수요 증가에 희색주가도 한달새 60% 가량 오르며 고공행진한때 삼성LED 보다 잘나간 서울반도체 고전작년 영업손실 이어 올해 1분기도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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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중견기업인 한미반도체와 서울반도체가 업황 회복 속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올라탄 한미반도체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반면 서울반도체는 LCD 시장 침체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 대표주자로 꼽히는 한미반도체는 실적과 주가 모두 시장 기대치를 웃돌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6.6% 증가한 183억71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시장 예상치(88억원)를 훌쩍 넘는 기록이다. 

    주가도 상승세다. 올해 들어 한미반도체의 주가는 80% 가량 올랐고, 1년 동안에는 6배 가까이 급등했다. 실제로 이날 주가는 9만6200원을 기록하며 전 거래일 대비 1.48% 상승하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AI(인공지능) 열풍에 HBM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한미반도체는 HBM칩 생산의 핵심장비인 TC본더를 SK하이닉스에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업계 최초로 4세대 HBM3 양산을 시작해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했으며, 이달부턴 5세대 HBM(HBM3E) 양산을 업계 최초로 시작할 예정이다.

    반도체 업황은 수요 회복이 더딘 상태지만 HBM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HBM은 D램을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아 처리 속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메모리 반도체 보다 비싸고 성능이 좋은 만큼 가격도 높다. 때문에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한번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AI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 개선을 보인 것도 HBM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성장 전망도 밝다.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CAGR)이 60~8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HBM 시장은 10조~15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1위는 50%를 점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에 장비를 납품하는 한미반도체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반면 서울반도체는 울상이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가까지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2719억원, 영업손실 181억원을 기록했다. 연간으로는 적자를 나타냈다. 매출액은 1조336억원으로 전년대비 6.8% 줄어든데 이어 영업손실은 482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주가도 1년째 하락세다. 지난해 5월 1만4440원까지 상승하며 주가 반등에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후 하락세로 전환되며 12월 5일에는 9800원까지 떨어졌다. 현재 주가도 9900원선에서 움직이는 상황이다. 

    서울반도체 부진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소비 부진 등이 겹치며 LED를 광원으로 활용한 제품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다. 

    지난해 가동률 조정으로 업계 전반적인 재고 수준이 낮아지면서 바닥을 찍었단 평가가 나왔지만 전방산업의 수요 회복이 더뎌 부진이 이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LCD 패널 가격이 하락한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반도체는 LCD 패널 등에 탑재되는 백라이트유닛(BLU) 등을 고객사에 납품한다. 이 때문에 LCD 패널 가격 추이는 서울반도체 업황과 직결된다. 

    지난해 3분기 177달러까지 오르던 패널 가격은 4분기 들어 170달러 이하까지 떨어졌다. 가격이 떨어지면서 제조업체들이 가동률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며 감산을 시행하는 등 가격 조정을 위한 대응에 나섰지만 수요 부진이 지속되며 하락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도 영업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서울반도체가 신사업으로 꼽은 차량용 LED 사업은 견조한 모습으로 보이고 있어 실적 부진을 일부 만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외부 조명의 디자인 차별화에 나서고 있고 차량 내부의 디스플레이는 탑재 수량이 증가하고 있어 차량용 LED 사업은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차량 한 대당 탑재되는 LED 개수의 증가와 더불어 슬림한 LED 모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실적 견인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매출액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IT 부진으로 인해 전사 외형 및 수익성이 부진하지만, 자동차향 실적만 보면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자동차향 성장 가능성을 재차 실적으로 입증한다면, 주가 측면에서 기회는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