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제자 지키려 삭발 대신 항암환자 머리카락 지켜달라"중증환자연합회, 환자 참여 협의체 구성 제안 서울의대 교수들, 집단행동 여부 등 결정 긴급총회
  • ▲ 11일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서울대병원 정문 앞에서 전공의 및 의대 교수 이탈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근빈 기자
    ▲ 11일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서울대병원 정문 앞에서 전공의 및 의대 교수 이탈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근빈 기자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직서를 쥐고 의대증원과 전공의 처분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환자들이 "자리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서울의대 교수들이 긴급총회를 열어 집단사직 등을 결정하려는 시간이 임박하자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환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현 상황을 극복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11일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서울대병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지막 보루인 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을 결정하려고 압박하고 있다"며 "환자들은 전공의 공백으로 치료 기회를 놓쳐 공포에 떨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교수들은 전공의만을 지키려 삭발 투쟁을 벌이지 말고 항암을 놓친 환자들의 머리카락을 지켜달라"며 "지금도 환자들은 치료가 밀려 고통 속에 빠져 있다는 것을 모른 척 하지마지 말라"고 했다. 

    연합회가 집계한 환자들의 민원에 따르면 말기 암 환자임에도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무기한 대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종 통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일부는 강제로 병원에서 쫓겨나 인근 요양병원에서 수술이나 항암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이러한 상황 속 전국 수련병원 소속 교수와 전문의들은 '의료 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에 서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6500명 가까이 동참했고 "정부와 의료계 대표는 함께 허심탄회하게 합리적 방안을 논의해 해법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대화보단 교수들이 개별 사직이 이어지고 있고 대학별로 교수들이 모여 집단사직을 거론하고 있다. 의정(醫政) 갈등은 좀체 해결되지 않고 환자들만 피해자로 남아 병원을 헤매고 있다. 

    특히 이날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후 5시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에서 각 병원 소속 교수들이 모인 가운데 총회를 진행한다.

    비대위는 이 자리에서 대학의 의대 증원 신청과 전공의 사직 등 현 상황과 그간의 비대위 활동을 공유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다.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교수 집단행동에 대한 의견도 오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연합회는 "전공의협의회, 의대교수협회, 시국선언 제안 의료진들, 심지어 의사협회 비대위 일부 인사들 또한 현재 정부 정책에 대해 내년 2000명 의대증원은 무리하다는 언급뿐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해결점을 없고 제자리걸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직면한 집단진료거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당사자인 중증 환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즉각 구성해야 할 것"이라며 "그간 여러 곳에서 중재역할을 하겠다고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한 상황이므로 다자간 논의를 통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성주 연합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께 의료공백으로 인한 고통과 답답함을 직접 전달하고 싶다"며 "작금의 상황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지를 정부가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