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비대위, '해외서 분석 후 내년 재논의'… 복지부 거부 중증질환연합회 "의료대란 장기화, 일단 복귀 후 환자 돌봐야"尹대통령 "의료개혁, 원칙대로 진행"… 교수 집단 사직시 '업무개시명령'
  • ▲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소속 환자단체 대표들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의료대란을 비판하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소속 환자단체 대표들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의료대란을 비판하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서울의대 교수들이 '1년 뒤 의대증원'이라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환자들을 중심으로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사실상 원점 재검토에 불과한 것으로 2000명 증원으로 못 박은 정부와의 협상카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의대증원을 위한 의료대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1년 뒤 다시 이러한 사태가 재현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형성되고 있다. 생사의 위험에 놓인 환자들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12일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전국 수련병원 현장에서 하루하루 환자들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의사들이 집단행동으로 생명을 볼모로 잡고 위협하는 상황이므로 허수에 불과한 중재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당장 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앞서 이날 오전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해외의 공신력 있는, 검증된 제3자 기관에 한국 보건의료지표 분석을 의뢰한 뒤 이에 근거해 1년 후 의사 수 증원을 결정하자"고 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 시점도 제안했다. 정부, 대한의사협회(의협), 여당, 야당, 국민대표, 교수, 전공의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 논의기구가 만들어지면 각자 병원과 대학으로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를 두고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장은 "의대증원 결정을 1년 미룬다는 것을 중재안으로 꺼낸 것이냐"며 "그때가 되면 다시 병원을 이탈하고 교수들도 사직서 압박을 하겠다는 심보가 아니겠느냐"며 분노했다. 

    그는 "죽어가는 환자를 먼저 생각하라며 병원을 이탈한 제자와 후배들에게 따끔한 훈계를 해주는 것이 선배 의사가 있기를 기대했던 것이 잘못"이라며 "도돌이표 제안으로 환자들을 더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의 충분히 시간이 보장된 면담이 필요하다"며 "작금의 대치 국면은 장기화로 흘러가는데 아무런 잘못이 없는 환자들이 고통을 받는 형국으로 이를 호소하고 대안을 찾기 위함"이라고 했다. 

    ◆ 政, 의대증원 "원칙대로 추진"… 교수 집단사직시 '진료유지명령'

    의료계의 중재안을 두고 환자 중심으로 비관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 역시 '원칙대로 추진'이라는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 응급 및 중증 환자에 대해 빈틈없는 비상 대응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을 예고하는 등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대통령께서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했기 때문에 의료법을 위반해 현장을 이탈하는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교수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교수들이 집단 사직할 경우 진료유지명령을 내릴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교수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고 했다. 

    의료계는 재차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는 "정부는 대한민국 의료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 폭주를 멈추어야 한다. 특히 필수의료와 의학 교육의 마지막 버팀목인 교수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대 교수들에게도 전공의들에게 했던 방식 그대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한 각종 명령을 또 남발할 것이라고 했다"며 "만약 이러한 과오를 저지른다면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앞으로 회귀가 아니라 존립 자체도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