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카드론 잔액 369.4조…전월比 2천억 증가저축은행 대출 축소 여파…중·저신용자 카드론 行연체율 등 리스크 부담에 카드론 금리, 14%대 지속"여전채 금리 인하도 영향 미비…당분간 고금리 유지 전망"
  • ▲ 카드론. ⓒ연합뉴스
    ▲ 카드론. ⓒ연합뉴스
    서민들의 '급전창구'로 꼽히는 카드론 잔액이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저축은행 등 타 금융권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취급을 줄이자 카드론으로 물리는 모습이다.

    문제는 카드론 평균금리가 14%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중·저신용자들이 몰리면서 연체율 상승 등 리스크 관리 때문에 당분간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여전채 금리 하향 안정화 역시 금리 인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울며 겨자 먹은' 서민들만 속이 쓰릴 것으로 보인다.

    2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의 2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9조4743억원으로, 전월 39조2120억원 대비 2623억원(0.66%) 증가했다. 지난달 카드론 잔액은 공시를 시작한 2011년 11월 이후 최고액이다.

    신한·우리·하나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에서 카드론이 증가했다. 특히 업계 2위 삼성카드의 카드론 잔액이 크게 불면서 총잔액이 증가했다. 1월 5조8992억원이던 삼성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달 6조858억원으로 3.16%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카드도 4조4307억원에서 4조5546억원으로 2.79% 증가했다.

    카드론은 은행이 아닌 카드사에서 가입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무담보대출을 뜻한다. 정식 명칭은 '장기카드대출'이다.

    일반적인 신용대출과는 달리 은행을 방문하거나 담보 및 보증, 서류제출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신용카드 인증만으로 빠르게 신청할 수 있다. 별다른 심사과정을 거치지 않는 간편한 대출이라는 특징 때문에 카드론은 서민들의 급전창구로도 여겨지고 있다.

    카드론 잔액이 증가하는 것은 고금리·고물가로 서민경제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저축은행 등 타 금융권이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중·저신용자들이 대출을 위해 찾는 저축은행들이 최근 대출상품 취급을 줄이고 있다. 건전성 악화에 직면한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초부터 정책상품 공급을 늘리면서 갈 곳을 잃은 다중채무자들이 '급전창구'로 카드사를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의 경우 통상 신용점수 500점 이상 고객에게만 신용카드를 발급한다. 하지만 BC·하나를 제외한 전업카드사들이 지난달부터 500점대 고객에게도 신규 카드론을 공급했다. 연체 위험이 큰 고객에게 대출을 내준 셈이다.

    반면 지난달 신규 신용대출을 취급한 30개 저축은행 가운데 500점대 고객에게 신용대출을 공급한 저축은행은 13곳에 그쳤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 자료를 보면 1월 말 기준 여신(대출) 잔액은 103조원으로, 전년동기 115조원에 비해 10.7% 줄어들었다.

    A카드 관계자는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타 금융권에서 대출을 축소하면서 카드론으로 수요가 쏠리고 있다"며 "특히 지난달에는 설 명절이 있었던 만큼 자금 수요가 더욱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른 리스크 관리 등 모니터링은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 카드. 사진=정상윤 기자
    ▲ 카드. 사진=정상윤 기자
    문제는 카드대출 금리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론 중·저신용자 평균금리는 법정 최고금리(20%)에 육박하고, 전체 카드론 평균금리는 몇 개월째 14%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7개 전업 카드사(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의 평균 카드론 금리는 14.4%로, 3개월 전 14.3%보다 0.01%p 높아졌다.

    롯데카드가 15.58%로 가장 높았고 △우리카드 14.87% △하나카드 14.70% △신한카드 14.36% △삼성카드 14.15% △국민카드 14.30% △현대카드 12.9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드사들이 500점대 고객의 대출금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실제 과반수의 카드사가 이들 점수대의 차주에게 대출금리를 높였다. 601~700점대의 경우 △롯데카드가 16.13%에서 17.88%로 △삼성카드 17.09%에서 17.54%로 △현대카드 16.15%에서 17.19%로 △하나카드는 16.23%에서 16.35% 등으로 금리를 높였다.

    501~600점을 보면 현대카드가 17.81%에서 19.50%로 △신한카드 19.15%에서 19.18%로 △국민카드 18.88%에서 19.15%로 △삼성카드는 17.85%에서 18.87% 등으로 올렸다.

    ◇높아진 연체율-더딘 여전채 금리 반영…"고금리 지속 전망"

    높아진 연체율도 금리 인하를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저신용자들 상당수는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로, 한 번이라도 이자를 갚지 못하면 줄줄이 연체될 가능성이 큰 만큼 쉽게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을 보면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2021년 3분기 2.00% 이후 4개 분기 연속 1%대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1분기(2.33%)부터 반등했다. 이후 2분기 2.57%, 3분기 2.73%로 0.2%p가량 지속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3.0%를 기록하면서 월간 기준으로 2015년 8월(3.1%) 이후 8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3%대를 넘겼다.

    연체대금도 크게 늘어났다. 국내 주요 8개 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 말 신용카드 연체총액(1개월 이상 연체)은 2조51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3.1% 급증했다.

    B카드 관계자는 "업계가 과거 2%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던 것을 고려해 볼 때 여전히 시장금리가 높은 편"이라며 "여기에 부실한 영업실적과 저하된 건전성도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신전문금융사채(여전채) 금리 하향 안정화에 따른 카드론 금리 개선 기대감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기준 신용등급이 'AA+'인 카드 3사(신한·삼성·KB국민)의 3년물 여전채 평균금리는 연 3.876%로 집계됐다. 3개월 전인 11월 말 기준 4.285%와 비교해 0.409%p 떨어졌다. 이는 2022년 5월3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전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말 4.939%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금리 인하 가능성에 하향 안정세를 띠고 있다.

    은행처럼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통상 대출 등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가량을 여전채를 통해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는 카드론 등 대출상품의 금리에도 2~3개월의 기간을 두고 반영돼 대출금리가 내릴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전체 평균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데다 건전성 리스크 등으로 인해 카드론 금리 인하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보면 금리가 다소 내려가 신규조달 물량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2022년 이후 금리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전체 평균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시장환경 자체가 건전성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또 신용사면 차주가 유입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금리 인하는 쉽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