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위 구성 24.3% 그쳐 … 경영진이 조사참여시 징계 '0건'조사·징계 결과 사내 공지 8.7% 불과 … 징계하고도 '쉬쉬'근로감독관 대응력·전문성 떨어진다 지적도전문가 "노동청에 신고해도 회사에 조사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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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사업장에 자체조사를 장려하고 있지만, 사업장에서 이뤄지는 자체조사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동부가 발간한 '2023년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노동부는 피해자가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면 조사자 또는 조사위원회를 선정해 처리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노동정책연구 2024년 1호'를 보면, 2022년 4~8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고충처리위원, 조사관, 인사부서장 등 총 33명을 인터뷰한 결과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접수 후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답한 경우는 24.3%에 그쳤다. 경영진이 아닌 사내 '정식 조사관'을 임명했다 답한 비중은 66.7%로 높지만, 임명된지 몰랐거나 관련 매뉴얼 유무를 모르는 응답자가 약 40%나 됐다.

    인터뷰에 응한 A 사업장 한 고충처리위원의 경우 "인사부서에서 고충처리위원이라며 교육을 받으라고 7월에 연락이 왔다. 언제부터 (고충처리위원이었는지를) 물었더니 연초부터라고 했다"고 전했다.

    피해가 증명된 후의 징계 절차에서도 많은 허점이 드러났다. 피해가 입증됐음에도 징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답한 비중은 21.7%에 불과했다.

    징계위 구성 없이 징계 등을 결정했다는 응답은 100%였다. 이 경우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13%)하기보다는 자체적인 내부 논의로 결정한 게 87%나 됐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연구를 수행한 서유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징계 등 의사결정을) 시행했다는 비중은 100%인데 대부분 가해자에 구두로 주의를 준 수준"이라며 "성추행이나 물리적 폭력이 함께 발생한 사건들이 여러 건 있었음에도 중징계는 단 1건뿐이었다. 징계성 경고(견책)도 3건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 자체 조사 결과와 징계 정도를 회사 전체에 공지한 것은 8.7%에 불과했다. 징계를 하고도 쉬쉬했다는 얘기다. 

    조사관이 따로 임명되지 않고 경영진이 조사관 역할을 한 경우는 징계 조치나 조사 결과 통보 등이 단 1건도 없었다.

    노동당국 근로감독관의 대응과 전문성 부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허위신고인 데도 근로감독관 등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피해를 본 사례가 적잖다. 피신고인 56명 중 69.7%가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리고, 목격자 74명 중 46.7%가 조사 과정에서 신분 등이 노출돼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근로감독관은 노동청 등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마저 조사 책임을 사업장으로 떠넘기는 사례도 드러났다. 지난달에는 대표이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근로자가 노동청에 신고를 했지만, 담당 근로감독관이 피해 조사를 가해자인 사용자(대표이사)가 맡아야 한다고 통보한 사례가 언론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했을 때 노동청에서 직접 조사하지 않고 회사에 조사를 하게 만든다"며 "회사 감사팀이나 회삿돈으로 노무법인을 선임하는 등 외부 인사가 조사할 경우, (경제적 종속관계에 있다 보니) 회사 입장을 대변하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결과를 노동청에 제출하며 조사 의무를 다했고, 괴롭힘이 없었다고 보고하면 노동청은 신고를 종결해버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현행 지침은 근로감독관의 직접 조사와 '사업장 내 자체 조사'를 병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