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문제 매몰돼 기초과학 붕괴될 수 있어 … 특단의 대책 필요""기초과학 전공 대학원생의 학비 등 파격 지원책 마련해야""10~20년 후 대한민국이 더는 과학기술 선진국 아닐 수도"
  • ▲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의대 증원으로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의료계로 쏠린 가운데 기초과학계에서 "이공계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대학기초과학연구소연합회는 1일 '의대 증원과 기초과학 위기에 관한 의견서'를 발표했다.

    연합회는 "R&D 예산 삭감으로 정부와 과학자 간의 신뢰관계가 채 회복되기도 전에 다시 의대 증원 문제가 우리나라 기초과학과 기술 발전에 장·단기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 예측되는 상황"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의대 증원 문제에 매몰돼 현실화될 수 있는 기초과학 몰락 위기가 문제"라며 "우리나라의 기초과학계는 지난해 8월 이후 이미 정부 R&D 예산 삭감의 충격을 겪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모든 기초과학 전공 대학원생의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 주는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과학 인재가 마음 놓고 연구에 임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과 기초과학이 융성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대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특단의 대책으로 이공계 대학에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공계 대학들의 우수 인재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10~20년 후에는 대한민국이 더 이상 과학기술 선진국 대열에 서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회는 "최근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mRNA 백신을 만들지 못했던 것은 단순한 기술적 미비가 아니라 기초지식 재산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존의 추격형 구조를 넘어선 창의적 선도형 과학기술의 성패가 향후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회는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초학문의 다양성·확장성·보편성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지원해야 첨단 기술도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철학을 정책에 반영할 것 △의과대학 교육 혁신과 동시에 이공계 교육 연구에 대한 획기적 지원이 이뤄질 것 △모든 기초과학 전공 대학원생의 학비·생활비 등의 파격적인 지원책 마련과 연구 인프라 강화 △R&D 예산에 대한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정책 수립·시행을 보장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할 것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연합회는 전국의 대학 부설 연구소 중 기초과학 연구를 담당하는 68개 연구소의 전국적 연합회로 이준호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