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하 대기업에 국가 세제 혜택 부여 주장 … 자유시장경제 위배스웨덴 1956년 도입했다 中企 도산 등 부작용 속출해 접은 실패 정책좌파적 사고 지닌 민주노총조차 진정성에 의문 제기정작 조국 약속한 웅동학원 환원은 감감무소식, 여전한 내로남불
  •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황운하 비례대표후보가 지난 6일 대전 중구 대흥동 우리들공원에서 열린 '충청·강원 ‘아라온' 유세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파와 디올백 모형을 들고 총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뉴시스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황운하 비례대표후보가 지난 6일 대전 중구 대흥동 우리들공원에서 열린 '충청·강원 ‘아라온' 유세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파와 디올백 모형을 들고 총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회연대임금제 총선 공약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은 내놓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것은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빼앗는 조국식 사회주의이자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조국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사회권 선진국, 제7공화국'이란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회연대임금제다. 이는 대기업이 스스로 임금 상승을 억제하면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어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발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업무의 특성과 경쟁의 강도, 인적 구성이 다를 수밖에 없고 임금 체계는 이를 시장이 반영한 것인데 정부가 개입해 시장의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하겠다는 얘기와 진배없다. 공정한 경쟁을 활성화해 다 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거꾸로 다 같이 못사는 하향평준화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전 유성구 지원유세 현장에서 "(조 대표가) 세금 징세권을 동원해 여러분의 임금을 깎겠다는 것"이라며 "초등학생 같은 발상이다. 덜 받는 사람 잘 벌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잘 받고 있는 사람들 임금을 내리겠다는 거다. 누가 더 열심히 노력하겠느냐"고 꼬집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열심히 일한 대가(임금)를 보상받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덕목이다. 이게 무너지면 시장경제는 발전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더욱 노력한 대가를 공정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려는 사람은 '바보'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대표가 말하는 사회연대임금제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미덕으로 여겨왔던 열심히 노력하는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사회연대임금제는 스웨덴이 지난 1956년에 도입했었다. 다만 당시 스웨덴은 노동시장 구조가 우리나라와 크게 달랐다. 동일 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 전체에 대해 임금과 노동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중앙집중식 산별노조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정당이 아니라 노조 총연맹이 단체협상 전략의 하나로 추진했던 것도 다른 부분이다. 또한 정부·노조·사용자 단체 간 관계도 지극히 협조적이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노동 비용 상승을 견뎌내지 못하고 연쇄 도산하는 등의 부작용이 잇따르자 1983년에 제도 시행을 접었다.

    사회연대임금제와 관련해선 노동계조차 조 대표 공약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비판에 나서는 실정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는 5일 내놓은 논평을 통해 "(조 대표의 사회연대임금제는) 대기업 노동자 임금동결 법을 사회 대안이라고 들고 나왔다"며 "(임금 인상 억제로) 손실은 노동자가 보는데 혜택은 기업이 보는지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금속노조는 "인건비를 절약한 대기업에 세제 혜택을 더 얹어주자는 발상도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대기업 노동자 탓이라는 생각, 어딘지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과 많이 닮아있다"고 직격했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조 대표 공약의 허무맹랑함은 단순히 우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경쟁력을 갉아먹어 결국 우리 산업을 도태시킬 거라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금 세계 경제는 생존경쟁 중이다.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초격차를 벌리거나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분야의 우수 인재 영입은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됐다. 대기업이라고 안전지대가 아니다. 산업계에서는 대기업도 고급 인력 구인난에 허덕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요즘 각광받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미래 성장 가능성과 빠른 승진,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 보상체계와 근무 여건이 대기업에 비해 뒤처지지 않다 보니 우수 기술인력이 몰리는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현지시각)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엄청난 보상을 제시하며 테슬라 엔지니어를 공격적으로 모집해 왔다. 이에 대응해 테슬라 내 AI 개발부서 직원의 급여를 인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테슬라의 AI·자율주행 팀에는 200명이 넘는 우수 엔지니어가 있고, 자율주행 기술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면서 "현재의 AI 인재 확보 경쟁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미친 전쟁"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대표가 말하는 임금 하향 평준화가 이뤄진다면 국내 우수 기술인재의 '엑소더스'(대탈출)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조 대표는 지난 2012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회연대임금제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조 대표는 정작 제 자녀들을 용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한,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조 대표는 자신의 일가가 깊숙이 관여한 학교법인 웅동학원의 비리 의혹이 꼬리를 물자 웅동학원 등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약속은 오리무중이다. 자신의 수중에 쥔 것은 결코 놓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것은 사회연대라는 미명 아래 빼앗아도 된다는 조 대표의 자가당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