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신부전 환자의 위장관계 출혈 의심, '경증 환자'로 분류 내시경 의사의 부재 탓에 밀려났는데… '단순 수혈'로 판단 병원과 유가족 첨예한 입장 차… 최소한의 회송 절차도 부재
  • ▲ 해당 사건과 관계 없는 타 병원 응급실 사진. ⓒ서성진 기자
    ▲ 해당 사건과 관계 없는 타 병원 응급실 사진. ⓒ서성진 기자
    전북 소재 상급종합병원에서 수혈 거부로 쫓겨난 말기신부전 환자가 나흘 만에 사망한 사건과 관련 병원의 '과실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피해 사실 소명도 하지 못한 유가족은 억울한 죽음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일 본보를 통해 모친의 사망사건을 제보한 A씨는 "지자체도 정부도 해당 병원에 조사를 진행했다고 하면서도 유가족의 주장은 어느 곳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병원 측도 단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A씨가 신고한 모친의 사망 사건은 전북도와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조사를 거쳐 지난 3일 최종 병원의 과실이 없다는 것으로 판정됐다. 해당 지역 보건소는 지난 8일 저녁 A씨에게 이 사실을 유선상으로 알렸다. 

    이에 앞서 전북도는 지난달 28일 A씨의 주장을 반박하고 병원의 잘못이 없다는 기자회견을 열어 봉합을 시도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자체와 정부, 병원은 A씨에게 단 한 차례도 의견을 묻지 않았다.
     
    A씨의 모친은 말기신부전 주 3회 투석환자였고 만성질환을 다수 앓아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상위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마치도록 대처를 했다. 

    지난달 17~18일에는 화장실 이동 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상황이 있었고 헤모글로빈 수치도 6.2로 내려간 상태였다. 그 전주 발생한 '머리 낙상'으로 인한 문제가 의심됐다. 

    해당 요양병원은 응급실 이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요양병원이 작성한 의뢰요청서에는 '만성 신장병(5기), 원발성 고혈압, 합병증을 동반한 2형 당뇨병, 늑골 골절, 청력소실, 상세불명의 통증. 불면증' 등 다수의 상병명이 명시됐다.

    ▲주 3회 투석환자로 3월 12일 낙상 후 봉합을 했으나 상처를 뜯어내 성형외과적 치료 필요가 필요하다. ▲평소에도 빈혈이 있었지만 낙상 후 출혈이 있었고 헤모글로빈 수치가 6.2로 떨어져 수혈치료를 요구한다고 했다. 

    ◆ 투석환자의 위장관계 출혈, '단순 수혈'의 범주인가

    A씨가 제시한 요양병원의 경과기록에 따르면 모친은 지난달 19일 오전 요양병원 구급차로 해당 병원 권역응급센터로 이송됐으나 먼저 성형외과적 치료를 거부당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봐줄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수혈도 거절했다. 머리 낙상으로 인한 출혈이 의심된다고 의뢰를 한 것인데, 의료진은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를 수행할 의사가 없다고 했고 수혈을 받지 못했다.

    여기서 성형외과적 치료를 거부한 것은 현재의 의료대란 상황에서 이해 가능한 지점이 있다고 치더라도 수혈의 문제는 다르다. 

    이와 관련 신장내과를 운영 중인 한 원장은 "투석환자는 의료진 판단 하에 내시경 후 수혈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엔 중환자실 수용 여부까지 보게 된다. CRRT(지속적 신대체 요법)를 돌리는 등 배후진료까지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내과학회의 '투석을 시행 받고 있는 말기신부전증 환자에서 위장관 출혈의 위험인자(2007년)' 논문에도 "위장관 출혈과 연관된 사망은 말기신부전 환자 전체 사망의 5% 내외로 보고되고 있다. 위장관 출혈은 말기신부전 환자에서 이환율 및 사망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명시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혈액투석 적정성평가에서도 중증도 보정변수로 '위장관계 출혈'이 명시됐다. 해당 병원에서 내시경을 요구한 것은 환자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단순 수혈이면 2차 병원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환자의 입장에서 단순 수혈인지, 내시경 후 원인을 파악한 후 수혈을 하는 것 중 무엇이 우선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의료진은 이를 안내하지 않았다. 구두로 언급만 있었을 뿐 회송 절차도 밟지 않았다. 

    환자의 입장과 병원의 입장은 판이하다. 전북도가 해당 상급종합병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위내시경 등으로 빈혈의 원인을 확인하고 수혈을 할 것과 다른 2차 병원으로 이동해 수혈받을 것 두 가지를 권했다. 환자가 이를 모두 포기해 병원을 떠났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A씨는 "내시경으로 빈혈의 원인을 찾은 후 수혈할 수 있는데 누가 이를 포기하고 나가겠는가"며 "병원이 거짓을 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의 결론은 "KTAS 환자 분류표상 경증 환자로 판정이 됐고, 권역응급센터여서 단순 수혈을 못한 것이고 2차 병원으로 안내를 했기에 과실도 없다"고 판명이 났다. 

    투석환자가 중환자실로 이동할 개연성이 있는 수혈 전 내시경 검사를 요구를 한 의료진의 판단과 머리부위 낙상 출혈에 따른 요양병원의 의뢰가 핵심이었는데, 환자의 중증도에 부합하지 않은 조치였다는 의혹이 남는다.
  • ▲ 지난달 19일 A씨의 모친이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전후 상황이 담긴 요양병원의 경과기록지. ⓒ제보사진
    ▲ 지난달 19일 A씨의 모친이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전후 상황이 담긴 요양병원의 경과기록지. ⓒ제보사진
    ◆ 인력난 탓에 발생했지만… 병원 잘못은 없는 구조

    전공의 공백에 따른 의료대란은 기존 '응급실 뺑뺑이' 심화만으로 보기 어렵다. 해당 문제에 있어서는 병원을 처벌한 근거가 명확하고 아직 대응이 가능한 구조가 형성됐다.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는 중증, 만성질환자의 진료 및 입원 거부 등으로 인한 사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콜센터 '129'를 통해 피해신고를 받고 있지만 유가족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1~3차 의료기관의 기능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3차 기관이자 수련병원은 인력난 탓에 중증 환자만을 받고 그 외 환자는 되돌려보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

    A씨의 모친은 이러한 상황에서 사망에 이르렀다. 그런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에서 억울함을 호소해야만 한다. 비단 해당 문제뿐만이 아니다. 

    암, 장폐색 등 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입원 거부 또는 퇴원 직후 자택이나 요양병원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쌓이고 있다. 전공의 부재로 인해 수술 및 입원이 '무기한 대기'로 이어지는 통계가 존재하는데도 인력난 탓에 발생한 사망사건은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다. 

    A씨는 "내시경 의사가 없다고 해당 병원에서 쫓겨난 이후 전공의 문제가 없는 병원으로 전원을 알아보고 있었고 그 와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말기신부전 환자를 경증으로 치부한 병원 측의 대처에 강한 불만이 쌓인다"고 했다. 

    이어 "전북도 역시 해당 문제가 보도되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병원의 잘못이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이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됐으며 결국 정부도 병원의 입장만을 듣고 과실이 없다고 결정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A씨의 주장을 입증할 요양병원의 경과기록지와 간호기록이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추가적 사망자 발생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인력난으로 해당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다면 최소한의 전원 및 회송 조치는 명확하게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