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업체 대표에 징역 2년 선고 … 중대재해법 1심 중 최고형량앞선 중대재해 사례에선 유족합의·재발방지 약속 등으로 집행유예전문가 "아직 대법원 판례 충분하지 않아, 최소 7년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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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한 사업체의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도입 이후 최고인 징역 2년형이 선고됐다. 다만 과거 중대재해법 관련 판결에서는 유족과의 합의나 사후조치가 양형에 반영돼 집행유예가 떨어졌으나 이번 판결에선 참작되지 않아 선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부장판사 이재욱)은 지난 4일 중대재해법(산업재해치사)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된 자동차부품회사 엠텍 A대표(35)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현재까지 15건이 넘은 중대재해법 관련 사건 1심 판결 중 최고형량이다.

    A씨 업체에선 네팔 국적 노동자가 2022년 7월14일 다이캐스팅(주조) 기계 내부 금형 청소 작업 중 금형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났다.

    A씨는 사망 사고 발생 열흘 전까지 대한산업안전협회로부터 다이캐스팅 기계 일부 안전문 방호장치가 파손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음에도 조처하지 않았다.

    A씨는 사고 발생 후 피해자 유족과 합의하고 시정조치를 마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 발생 열흘 전까지도 산업안전협회로부터 구체적인 사고 위험성을 지적받았는데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적절한 조치가 있었다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실형을 선고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14건의 유죄 판결 중 실형이 나온 사례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받은 한국제강 사건 뿐이다. 법률사무소 호우 이동영 변호사는 이번 실형 선고에 대해 "시정명령이 있었고 사전조치를 할 수 있었음에도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때문에 재판부에서 중하게 선고를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대재해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다른 사건과 비교했을 때 무거운 형량이 내려지면서 재판부의 선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대구지법 형사 5단독(부장판사 정진우)은 중대재해법(산업재해치사)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경산시 골판지 제조업체 삼성포장 B대표이사(66)에게 징역 1년2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업체에서 근무하던 기계 설비 운전원은 골판지 가공 기계 회전축에 윤활유를 넣다가 작업복이 회전축에 말려 들어가면서 몸이 끼여 사망했다. 조사결과 회전축에 방호덮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업체는 2004년 6월에 골판지 접합기 내부 설비를 점검하던 노동자가 협착해 사망하는 등 끼임 사고만 다섯 차례 있었다. 재판부는 합의로 유족이 제출한 처벌 불원서, B씨의 재발방지 노력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내렸다.

    지난해 6월 인천지법 형사10단독(판사 현선혜)은 공사현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낙하물에 맞아 숨진 사고와 관련해 원청업체 대표에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원청업체는 2014년, 2017년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피해자 유족과 원만히 합의했다는 이유로 집유를 선고했다.

    노무법인 건승 이두항 노무사는 "1심 지방법원 판결인 만큼 대법원의 판례가 아직 쌓이지 않아 판사가 판결에 참고할만한 충분한 데이터가 쌓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그전까지는 합의된 경우 실형 선고를 잘 안 했는데 재판부가 죄질이 나쁘다고 봤고, 중대재해법 사건이 15호 판결까지 나온 타이밍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통상 법이 시행된 후 사건별로 판례가 쌓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은 100건이 넘어야 하고 확고한 판례가 성립되려면 최소 7년은 넘어야 한다"며 "재판부가 대법원의 판례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기 부담스러운 만큼 앞으로 (판례가 쌓이면) 재판부가 실형을 부과하기 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중대재해법) 규정 내용의 일반 조항으로 주의 의무를 위반해서 사고가 나면 처벌해야 하지만, 주의 의무가 어느 정도인지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