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차기 의협회장 vs 의협 비대위 갈등 고조'통일안' 제시는커녕 내홍만 깊어져의사 탓에 의료대란 불거졌는데 5000억 투입 비판론재발 방지 대책 요구하는 환자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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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계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계에 요구한 '통일된 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임현택 차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과 의협 비대위간 갈등이 깊어졌고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입장 차가 있어 당분간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전 의사 직역이 모여 이번 주 내로 진행하기로 했던 합동 기자회견도 미뤄졌다. 

    9일 의협 비대위는 브리핑을 통해 임현택 차기 의협회장과의 갈등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임 차기 회장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통령 면담, 1년 유예론 등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고 비대위 해산을 요구했다.

    이날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의협회장 선거 이후 비대위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다"며 "비대위는 특정인의 의지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운영규정의 내용상 비대위의 해산 또한 전적으로 의협 대의원회의 권한인데 이러한 규정을 벗어난 주장을 하는 것은 바로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책과 같이 절차를 무시한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강도 높게 임 차기회장을 비판했다. 
     
    그는 "비대위에 주어진 활동기간은 오는 30일까지로 길지 않은 시간이 남았다"며 "주어진 시간까지 전 회원의 뜻을 받들어 비상대책위원장의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임 차기회장은  "비대위의 브리핑이나 기자회견 등 일련의 과정에서 (본인과의) 의견 조율도 없이 일방적 발표가 이어졌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므로 비대위원장이 사임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7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1년 유예 등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 역시 전혀 알고 있지 못했던 부분으로 의료계 전반의 시각은 물론 제 판단과도 거리가 멀다"고 반발했다. 

    의료계 갈등이 거세지면서 오는 11~12일 중에 열리기로 했던 합동 기자회견도 무산됐다. 

    이날 김성근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이번 주 기자회견 개최는 어렵다.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의대교수, 전공의들과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도 SNS를 통해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의료대란 의사 탓인데 '5000억' 투입 비판론… 재발방지 대책 요구

    의사들 사이 내부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시민, 환자단체는 의료대란 장기화에 따른 불만을 강도높게 지적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국민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재정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해 생긴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건보재정을 투입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앞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진료 공백 방지를 위해 비상 진료체계 유지비로 두 달 동안 총 3764억원의 건보료를 투입했다. 

    현장 의료인력 보상과 대체인력 투입비로 활용한 1285억원의 예비비까지 합치면 정부는 2개월 동안 5000억원이 넘는 세금과 건보료를 비상 진료체계 유지에 사용한 셈이다.

    경실련은 "의사 확충을 위한 의대 증원 정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책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불법 집단행동으로 의료현장의 혼란을 초래한 것은 의사들인데 그 불편과 재정부담까지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는 초유의 의료공백 사태를 중재하기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오는 5월 4일까지 국회의 중재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 사태의 조속한 해결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골자로 한다"고 밝혔다. 

    이번 국민동의청원은 의료진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국회가 중재하고 국회가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입법을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합회는 "중증·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의 치료를 전담하는 수련병원이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중심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고 '진료지원인력(PA)'의 법제화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