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침체 조짐에 부동산발 5월 위기설 등 불안감 더 커져최상목 부총리 비롯한 경제팀 성과 안 보인다는 비판 솔솔늦은 물가대응으로 일 키우기도… 관료리더십 한계 지적도
  • ▲ 윤석열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뉴시스
    ▲ 윤석열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뉴시스
    4·10 총선에서 여당이 대패하며 국정 운영 쇄신이 급선무로 떠오른 가운데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도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지구촌 전체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몸살을 앓고는 있지만, 물가 변동에 선제적으로 좀 더 과감히 대응했다면 시장 충격이 덜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월별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설이 거듭 제기되며 침체한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에서 시장의 불안과 경고음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경기회복 흐름세'만을 강조하는 안이함을 보였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정부 출범 2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 국민에게 정책적인 신뢰감을 주는 데 실패했다는 질타가 이어진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젠 진짜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데, 민생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 내 맴돌던 '경제팀 책임론'은 4·10 총선 결과를 지렛대로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최상목(경제부총리)-성태윤(정책실장) 현 2기 경제팀이 물가 안정을 기조로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을 다하면서 '역동경제 선순환'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물가 불안 해소 등의 가시적인 성과는 더딘 형편이다.

    최 부총리가 취임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너무 이른 평가가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최 부총리가 2년 전 윤석열 정부 출범부터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맡아 주요 국정과제를 이끌었고, 경제부총리는 그 연장선상으로 봐야하는 만큼 2년을 기준으로 성과를 논하는 게 무리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최 부총리는 올해 최대 과제로 물가 안정과 내수 진작을 통한 '민생경제 회복'을 내세웠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 관계부처장관 회의를 수시로 열고, 생산·유통 현장을 누비며 해답 찾기에 골몰했으나 나아진 게 없다는 평가다. 총선 기간에 불거진 '대파' 논란에서 보듯 물가는 민생의 기본임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에서 2월 3.1%로 반등한 뒤 3월에도 3%대 상승률을 이어가는 중이다.

    농산물 유통정보 서비스(KAMIS)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2만4286원이었던 사과 가격(10개 기준)은 한 달 전과 비교해 18.2% 내렸다. 정부가 1500억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며 치솟았던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는 분위기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이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 자금을 무제한, 무기한으로 투입하겠다. 지원대상도 확대하겠다"고 강조한 이후다. 일각에서 대통령이 직접 발언하기 이전에 경제팀이 과감하게 대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식품·유통기업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농산물 납품단가·할인 지원으로 물가 억누르기에 나서고는 있지만, 단기적인 시장 개입과 한 박자 늦은 대응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만 키우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효율성이 증가한 사례는 드물다. 가격통제는 극히 제한적이어야 하며, 하더라도 선제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를 끌어내린다면서 상반기 조기 재정집행으로 막대한 돈을 푼 당국의 결정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제유가 불안,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공급망 이슈 등이 여전한 가운데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 경제팀에 가장 필요한 선제 대응 능력, 조정 능력 모두 부족하다는 질타가 나오는 이유다. 

    회복세가 더딘 내수 부진도 문제다.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최근 지표인 2월 소매판매(0.9%)는 고금리 영향이 지속하면서 승용차(-17.8%)와 통신기기 및 컴퓨터(-10.1%) 중심으로 대폭 감소했다. 같은 달 서비스업 생산(1.2%)은 서비스 소비와 밀접한 숙박·음식점업(-4.5%), 예술·스포츠·여가관련 서비스업(-1.1%), 교육 서비스업(-1.3%)을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그런데도 경제당국은 "우리 경제는 생산·수출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내수로 온기가 점차 확산되는 조짐"이라고 총평하면서 현실과의 괴리감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업 불황 등 경기가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생산지표가 깜짝 반등했는데 이틈에 장밋빛 분석을 내놓은 셈이다.

    설상가상 2500조원에 육박하는 국가부채, 1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부동산PF 부실 등 잠재 리스크도 최상목 경제팀의 어깨를 무겁게하고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을 때부터 경제 상황은 최악이었다. 나라 곳간은 바닥을 드러냈고, 나랏빚은 급증한 상태였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 경제 '비전'보다는 '회복'에 초점을 맞춘 로드맵을 내밀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전 정부 탓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대한민국 경제호를 이끄는 수장이 진짜 실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성태윤 정책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은 11일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국정 쇄신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특히 거대 야당의 횡포가 앞으로도 이어질 게 뻔한 상황에서 과감한 정책 기조 전환과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은 불가피하다. 구체적이고 빈틈없는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해 야당이 의석 수만 믿고 섣불리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수 없게끔 만들 책임이 경제팀에 남겨진 숙제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재정·부동산PF 부실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었지만 정부가 정책 기조를 잘 알리지 못했고 그만큼 전달이 잘 안 돼 부정적으로 비치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반성 차원에서 국민과 소통하고 협조를 구하고 비전을 제시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다른 색깔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