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7개월만에 최고치… 12일 장중 1375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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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잇달아 갈아치우면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어디까지 오를 것인지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360원을 넘어선 만큼 1380원 이상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1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3.6원 오른 1367.7원에 개장했다. 오후 12시 54분 현재 전 거래일 종가(1364.1원)보다 10.8원 오른 1374.9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연고점이자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1월 10일(1378.5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 환율 상승, 美 CPI 쇼크‧연준 매파 강경 발언 영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수직상승에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 후퇴와 미국의 예상을 웃도는 소비자물가가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월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3.2%)과 전문가 예상치(3.4%)를 모두 웃돌았다.

    특히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은 기본이고, 주거비와 자동차 보험료, 의료비 등 소비자 물가가 전반적으로 올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ㆍ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가 두 달 연속 전년 동월 대비 3.8% 오른 이유다.

    CPI 상승률이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면서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늦게, 더 적게(later and fewer)'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이날 공개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서는 연준 위원들이 매파적으로 금리 조기인하에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했다.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달러도 강세를 보였다. 특히 엔화는 34년 만에 152엔 돌파하는 등 약세를 면치못했다.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경우 국내 주식을 사들여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변심하는 등 수급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정부의 물가관리 부담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환율 1380원 돌파할 수도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저항선인 1360원을 돌파한 만큼 일시적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 지연은 달러화 강세와 함께 원화 약세 부담을 높일 것”이라며 “당초 환율 상단을 1350원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1380원으로 높인다”고 내다봤다.

    또 미국보다 유럽이 먼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화 강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전날 금리를 5회 연속 동결하면서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일부 위원이 금리인하에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모든 것이 2%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ECB가 6월에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을 67%로 보고 있다.

    강달러 현상이 수입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지금 환율 수준이 유지되거나 경우에 따라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 우려가 존재한다“면서 ”이는 소비자물가 불안과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