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첫 영수회담 전망 … 민생 살리기 핵심 의제 부상전국민 지원금에 13조원 이상 소요 … 적자국채 발행 불가피나랏빚 급증 … IMF "5년후 韓부채비율 GDP 60% 육박" 경고고물가 상황 현금 살포는 경제 회복 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어소상공인 저리전환대출 확대 등 '25만원 지원금' 대신할 민생지원책 제시해야野, 재정준칙 법제화 외면하며 '양곡법' 등 포퓰리즘 법안만 감행
  •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4·10 총선 결과 제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이 성사돼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지 이목이 쏠린다. 민생이 '0순위'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주당 총선 공약인 '전 국민 25만 원 지급'에 윤 대통령이 어떤 견해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고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현금 살포가 이뤄질 경우 재정건전성을 강조해 온 윤 정부의 경제철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이번 주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영수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아직 "만남의 날짜, 형식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이 "다음 주에 만나자"고 제안했고 이 대표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만나자"고 화답한 만큼 조만간 회동이 이뤄질 거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회담에서는 단연 민생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공식 제안한 '민생회복지원금'이 핵심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대표는 19일 유튜브로 중계된 '당원과의 만남' 행사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문제도 이번에 (윤 대통령과) 만나면 이야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은 민주당 총선 공약으로, 1인당 25만 원, 가구 평균 100만 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자는 것이다. 앞선 문재인 정부의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과 유사한 형태의 현금성 보조정책이다. 민주당이 자체 추산한 예산 규모는 13조 원에 달한다. 민주당은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여당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구한 상태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회복 둔화와 중동발 전쟁 리스크, 고금리·고환율 등의 악재로 세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 2월 말 현재 관리재정수지는 36조2000억 원 적자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준다. 정부는 돈 쓸 곳은 많은데 세수가 여의찮다 보니 올해 1분기(1~3월)에만 한국은행에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에서 33조 원 가까운 돈을 빌려 부족한 재정을 충당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이 대표가 주장하는 대로 현금 살포성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펼치게 되면 적자국채 발행은 불가피해진다.

    앞서 문재인 정부와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코로나19 이전부터 확장적 재정운용을 고집하면서 나랏빚을 기하급수적으로 불렸다. 매년 슈퍼 예산 경신에 이어 총 10회에 걸쳐 151조2000억 원의 추경을 편성했고, 대부분 재원은 적자국채에 의존했다. 나랏빚은 급증했고, 그 후폭풍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부담해야 하는 이자지출 비용만 5년간 115조 원을 웃돌 거로 추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7일(현지시각) 내놓은 재정점검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은 55.2%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4%포인트(p) 상승했다.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은 2021년(51.3%)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IMF는 올해 한국의 정부 부채가 GDP 대비 56.6%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후에도 지속해서 증가해 5년 후인 2029년에는 59.4%로 60%에 육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은 빚이 늘면 국채 금리가 오르고 신인도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은 낮지 않다. 올해 한국의 부채비율은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13개 비기축통화국 중 싱가포르(168.3%)와 이스라엘(56.8%) 다음으로 높은 실정이다.

    여기에 '숨은 빚'으로 불리는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까지 포함하면 국가부채 비율은 위험수위다. 공공부문 부채(D3)를 포함하면 지난 2022년 현재 부채비율은 68.9%에 달한다. 설상가상 군인·공무원 연금 충당 부채까지 포함한 광의의 국가 부채(D4)는 이미 100%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명박(MB)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던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겸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은 최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비기축통화국이어서 재정을 헤프게 쓰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면서 "재정 지출이 너무 늘었다. 국채 이자 특히 복지분야 의무지출이 지금처럼 상승하면 재정건전성 확립이 더 어렵다. 재정건전성은 세대 간 약속이자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 ▲ 나랏빚.ⓒ연합뉴스
    ▲ 나랏빚.ⓒ연합뉴스
    민주당은 최근 포퓰리즘 법인이란 질타를 받는 '양곡관리법(양곡법)' 등의 법률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등 입법 폭주를 감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 정부에서 추진했던 재정준칙 법제화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현금성 지원정책을 위한 횡재세 도입이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는 법인세율 인상, 이른바 파업조장법으로 불리는 '노란봉투법' 등을 재추진하면서 윤 정부 흔들기를 멈추지않을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여당의 총선 패배로 협치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지만, 정부·여당이 중심을 잡고 국정을 끌고 가지 않으면 야당의 페이스에 말려 자칫 국민과 미래세대에 큰 경제적 부담을 떠넘기는 과오를 저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정건전성은 윤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지켜온 국정운영 기조 중 하나다. 그동안 민주당과 이 대표의 '추경' 타령에도 적자국채 발행 대신 지출 구조조정 등으로 대응해왔다.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며 "우리 미래에 비춰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철학은 '시장 경제'라는 확고한 정책 기조의 틀 속에서 구조개혁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포퓰리즘은 윤 정권의 철학에 위배된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 면전에서 전 국민 지원금 제안에 손사래를 치기가 조심스러울 거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십수조 원대 현금성 지원은 지금의 고물가 상황을 더욱 자극해 우리 경제의 회복력에 찬물을 끼얹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또한 전 국민 지원금이 경제 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문 정부 코로나19 지원금 효과 분석에서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기 전에 전 국민 지원금 요구를 물리칠 수 있는 민생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24차례에 걸쳐 민생토론회를 진행했으나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박차 등 국민 실생활과는 다소 거리가 먼 정책 발표들이 주를 이뤘다. 내수 부진에 폐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 정책 자금이나 저금리 갈아타기 대출 확대 등 국민 피부에 와닿는 핀셋형 민생 대책을 서둘러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윤 정부에 회초리를 들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윤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추락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경제 기초체력을 회복하고, 국민을 투기꾼·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갔던 실패한 부동산정책을 정상화하는 등 각종 규제를 혁파하라는 주문이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그동안 '표(票)퓰리즘' 정책으로 지지기반을 넓혀 온 민주당은 멈출 리 없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그리스, 아르헨티나 등이 포퓰리즘 정책으로 파산의 길을 걸었는지를 국민 눈높이에서 잘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