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재명 민주당 대표, 용산서 첫 영수회담 예정李, 채상병 특검 등 압박하며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요구할 듯1분기 예상 웃도는 성장률 기록 … 내수도 증가, 추경 요건 멀어져"현금성 지원금, 경기회복 효과 미미" … 한·미 분석 결과 일맥상통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친 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인사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친 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인사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29일 오후 2시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영수회담을 하고 정국 현안을 논의한다. 회담은 의제 제한 없이 차담 형식으로 진행하며 1시간을 기본으로 하되 별도 시간제한은 두지 않을 거라고 한다.

    이 대표는 민생 회복과 관련해 민심을 윤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는 태도지만, 총선 승리를 발판 삼아 야당 입맛대로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자제를 촉구하면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등 각종 특검 수용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면서 총선 당시 공약한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적잖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25만 원 현금성 살포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주문한 상태다.

    그러나 '전 국민 25만 원' 살포가 과연 국민을 위한 건지, 포퓰리스트인 이 대표를 위한 건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혹자는 고작(?) 25만 원을 쥐여주고 무엇을 하라는 거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민주당은 또 이런 목소리만 골라 확성기를 틀어댄다. 이 대표는 전 국민 지원금과 관련해 "재원은 13조 원쯤이 든다"며 "윤석열 정권의 부자 감세와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선심공약 이행에 드는 900조~1000조 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가 허리띠를 조여가며 국가경쟁력 확보와 기업의 미래 먹거리 투자를 유도하고자 감세 정책을 펴는 것과 이 대표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실현을 위해 나랏빚을 내서라도 현금을 뿌리자는 것이 어찌 비교의 대상일 수 있나.

    이 대표는 전 국민 지원금을 소위 '이재명표 사업'으로 불리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로 주겠다고 했다. 정부가 나랏빚 내서 국민에게 25만 원이 든 현금성 상품권을 줬는데 정작 봉투에는 이 대표 마크가 찍혀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현재 경기 지표는 한국 경제가 생각보다 빨리 회복 궤도에 올라탔음을 보여준다. 아직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체감 경기가 아직 충분히 예열되진 않았지만, 침체했던 반도체가 살아나고 정부가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경기가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지난 25일 발표된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3%로, 시장 전망치였던 0.6~0.7%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지표상 눈길을 끈 것은 내수 증가였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개선세가 뚜렷했다. 관건은 내수 회복이었다. 그런데 올 1분기 민간 소비 증가율은 0.8%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0.2~0.3%대와 비교하면 최대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4.5%를 기록했던 건설 투자 증가율도 2.7%로 뛰었다.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조짐은 이미 있었다. 지난 26일 국제금융센터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전망치 중간값은 기존 2.0%에서 2.5%로 상승했다.

    한국은행과 재정당국은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애초 올해 분기별 성장률을 0.5~0.6%로 예상했는데, 1분기에 목표의 2배 이상을 초과 달성했기 때문이다. 수출 회복세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2분기 이후 성장률이 역성장하지 않는 한 올해 성장률 상향은 떼놓은 당상이다. 2~4분기 모두 0% 성장을 해도 연간 성장률은 2.4%쯤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2%대 후반 전망까지도 나오는 상황이다.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탄탄하고 내수까지 살아나는 분위기다 보니 민주당이 주장하는 13조 원 추경론은 힘을 잃은 상황이다. 법으로 정한 추경 요건에도 맞지 않다. 국가재정법에는 ▲전쟁 또는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거나 ▲경기 침체·대량 실업·남북관계 변화·경제 협력 등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못 박혀 있다. 예상을 웃도는 1분기 경제 성장을 고려할 때 민주당과 이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돈 풀기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은 차치하고 봐도, 전 국민 지원금은 그 효과가 미약하다는 게 이미 드러난 상태다. 문재인 정부 때 전 국민에게 살포했던 코로나 재난지원금의 경기 진작 효과가 미미했다는 것은 이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서 밝혀진 바 있다. 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이 지난 2019년 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개인가처분소득(개인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이 개인소비지출(PCE)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재난지원금의 경제 활성화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미국은 세 번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분석 결과 개인가처분소득이 급증했을 때 개인소비지출의 증가는 거의 없었다. 일시적 소득 증가를 통한 '자극'이 소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대신 저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지금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 설령 이번 영수회담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본인은 손해 볼 게 없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 앞에 서 손을 들어 보이며 모든 책임을 윤 대통령 탓으로 돌리면 그만이다. 철 지난 전 국민 지원금 타령을 부르고 있는 것을 보면 나라의 미래나 청년 세대가 떠안게 될 부담은 안중에 없어 보인다. 이 대표가 진정 본인보다 국민을 위한다면 영수회담에서 선심성 공약 대신 건설적인 의제로 윤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고 여러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해법을 모색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