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선우경식 요셉의원 설립자 책서 일화 공개2003년 쪽방촌 방문 이후 20년 후원외국인 근로자 무료진료소, 어린이 보육시설 기부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상무·가운데)이 지난 2003년 6월 서울 영등포 요셉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故) 선우경식 원장(오른쪽)의 안내를 받아 목욕실·세탁실·이발실을 둘러보고 있다.ⓒ책 '의사 선우경식'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상무·가운데)이 지난 2003년 6월 서울 영등포 요셉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故) 선우경식 원장(오른쪽)의 안내를 받아 목욕실·세탁실·이발실을 둘러보고 있다.ⓒ책 '의사 선우경식'
    "솔직히 이렇게 사는 분들을 처음 본터라 충격이 커서 지금도 머릿속에 하얗기만 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여년 전 지금은 고인이 된 선우경식 요셉의원 원장과 함께 쪽방촌을 둘러보며 이 같이 언급했다. 이후 이 회장은 남몰래 후원을 이어오고 있으며 상생경영 철학을 깊게 자리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이 쪽방촌의 극빈 환자를 치료하는 요셉의원에 20년 넘게 남몰래 후원을 이어온 것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회장의 선행은 선우경식 요셉의원 설립자의 삶을 소개하는 책 ‘의사 선우경식’에 기술돼 세상에 공개됐다.

    22일 책 ‘의사 선우경식’과 당시의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상무시절인 2003년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 위치한 요셉의원 직원이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받고 요셉의원을 찾기로 결정했다. 

    요셉의원은 가난하고 병들어 사회에서 소외된 노숙인, 쪽방주민, 외국인 노동자들을 자선진료해 주는 비영리단체다. 설립자이자 초대원장이었던 선우경식 의사가 지난 1987년 관악구 신림동 달동네 주말 의료원에서 의료봉사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 설립됐다. 선우경식 원장은 그 해 열린 13회 호암상 사회봉사상 수상자이기도 했다. 

    선우 원장은 이후 2008년 별세하기까지 21년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병원 공동체를 이끌어왔다.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상무보로 복귀해 경영수업을 받던 이재용 회장은 그 해 상무로 승진했다. 평소 사회공헌에 관심을 가져왔던 이 회장은 당시 선우 원장의 선행에 감명을 받고 요셉의원을 방문하게 됐다. 삼성 측에서는 언론에 이 소식을 알리지 않기를 원해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책에는 그해 6월 이 회장이 처음 요셉의원을 방문했을 때의 상황이 자세히 묘사돼 있다. 요셉의원을 둘러본 뒤 선우 원장은 이 회장에 쪽방촌에 방문한 적이 있는지 물었고, 이 회장이 흔쾌히 동의하면서 요셉의원 근처의 쪽방촌 가정을 찾게 된 것이다.

    쪽방촌을 찾은 이 회장은 네 명의 가족이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당시 동행했던 직원은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이 사는 모습을 처음 봤기에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상무·맨 왼쪽)이 지난 2003년 서울 영등포 요셉의원을 찾아 관계자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두번째 방문부터는 검소한 티셔츠 차림으로 이곳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책 ‘의사 선우경식’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상무·맨 왼쪽)이 지난 2003년 서울 영등포 요셉의원을 찾아 관계자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두번째 방문부터는 검소한 티셔츠 차림으로 이곳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책 ‘의사 선우경식’
    이 회장은 쪽방골목을 돌아본 뒤 작은자매관상선교수녀회가 운영하는 ‘영등포 공부방’까지 둘러보고 요셉의원에 돌아왔다. 그 뒤 이 회장의 얼굴은 굳어있었다는 전언이다. 이 회장은 선우 원장에게 “솔직히 이렇게 사는 분들을 처음 본터라 충격이 커서 지금도 머릿속에 하얗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이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양복 안주머니에서 준비해온 봉투를 건넸다. 봉투 안에는 1000만원이 들어있었는데, 그 이후부터 이 회장은 매달 월급의 일정액을 기부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 회장은 이후 선우 원장과 함께 노숙인·극빈자를 위한 밥집을 운영할 건물을 삼성전자가 짓기로 의견을 모으고 몇년에 걸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삼성전자는 철도청 소유 공유지에 들어설 밥집 건물 설계도까지 준비했지만, “왜 밥집을 지어 노숙인을 끌어들이냐”고 반발한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항의 시위에 결국 프로젝트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 외에도 이 회장은 20년 넘는 기간동안 외국인 근로자 무료진료소, 어린이 보육시설 등 사회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돌봐왔다는 후문이다. 이들 시설에 매년 상당한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 외부에 알리지 않도록 당부해 이같은 선행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이 회장은 부회장이던 평소 상생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 회장은 승진 임원들을 축하하기 위해 종교단체 운영 시설 등에 기부금을 낸 뒤 임원 개인 명의로 발급된 기부 카드를 선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이 생일선물로 ‘사회공헌 목록’을 받았던 것처럼 승진 임원들에 대한 축하 선물을 ‘사회공헌’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삼성은 경영악화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회장의 이같은 뜻에 따라 성금 기부액 만큼은 줄이지 않고 있다. 특히 기업의 국가경제 기여는 물론 다양한 상생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을 꾀하는 것은 물론, 미래 인재 양성 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지원 등 사회적 난제 등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는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