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결국 내부통제 문제…지배구조 전반 검사""중앙회-금융 인사교류로 경력포장…금융 전문성 훼손""짧은 금융 계열사 이력으로 금융 전문가인 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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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의 건전성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농협중앙회 사람들이 들락날락 하다 보니 농협금융이나 농협은행이 당국에서 보는 최소 기준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 아닌지 하는 우려가 있다.”(금융감독원 관계자)

    NH농협은행에서 발생한 배임사고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NH농협금융지주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인사 개입을 지속적으로 문제삼고 있다. 

    농협 내부에서는 오히려 당국이 해묵은 논란으로 인사개입을 시도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당국은 이참에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의 부적절한 관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농협금융 계열사에서 반복되고 있는 금융사고의 원인이 중앙회에서 농협금융으로 이어지는 인사제도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 달 중순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에 돌입한다. 

    현재 금감원은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대 배임사고를 계기로 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배임사고가 검사 착수의 발단이었지만, 정기검사를 앞두고는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한 독특한 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고검사라는 것은 결국 내부통제와 관련된 부분”이라면서 “마침 정기 검사 시기가 돼서 농협금융 전반의 문제가 아닌지 깊이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 전문성이 낮은 조합원이나 중앙회 직원이 금융 점포의 지점장을 맡으면서 내부통제나 심사를 소홀히 해 금융사고를 유발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앙회에서 금융계열사로의 인사교류가 전문성 향상의 기회보다는 승진코스로 주로 활용되면서 금융소비자와 무관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당국 관계자는 “지점장을 겸임했다는 것을 경력으로 내세우고 나중에 그 사람들이 성장해 임원이 되면 자기들이 금융전문성을 갖췄다면서 그 타이틀을 차고 중앙회 인사가 농협금융으로 내려오는 식”이라면서 “이 사람이 과거에 뭐 했는지를 물어보면 농협은행 지점장도 하고 뭐도 했다고 하는데 그런 것을 가지고 중앙회 임원들이 전문가인냥 하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인사교류가 중앙회 직원들의 ‘금융경력 포장’에 활용되고 있단 얘기다.

    이 같은 시각은 농협 내부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한 농협 관계자는 “M급 승진하고 은행 지점장이나 지부장을 하고 다시 중앙회로 넘어와 힘 좀 쓰다가 3급·M급 시절 은행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은행 본부장에 도전해 1년하고 다음 중앙회 본부장 1년 한 후 중앙회 상무나 은행 부행장을 하는 코스”라고 말했다.

    실제로 농협금융의 주요 계열사 7곳의 전현직 CEO 14명 가운데 12명이 중앙회를 거쳤다. 농협은행의 경우 16명의 현 부행장 중 9명이 2012년 이후 중앙회 경력자다.

    당국은 이번에 밑단에서부터 시작되는 인사 시스템의 문제점을 들여다 보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일단 임원이 되려면 전문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실무 직원시절부터 중앙회하고 금융지주 간 인사교류가 있다”면서 “예를 들자면 중앙회 시군 지부장이 지역 단위농협에서 농정이나 영농사업을 하면서 은행 지점장까지 겸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까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타이틀만 달고 있지 실질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여러 가지 금융사고가 발생되는 것은 점장들이 책임지고 내부통제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밑단에서부터 소홀하지 않았나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인사교류 자체를 부정하고 있진 않다. 제도를 틀어막기보다는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시스템 구축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앙회와 농협금융이 최대주주와 자회사 관계라 하더라도 기관 대 기관으로 사람을 받고 보내는 과정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 3자가 봐도 납득할 만한 투명한 절차를 통해서 임명을 하라는 것이지 교류 자체를 차단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이 지난달 7일부터 진행한 수시검사에서는 농협은행 직원들이 불법행위에 직접 가담한 정황이 확인됐다. 

    농협은행 A지점 직원은 부동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며 이들과 공모해 사문서 위조·행사(허위계약서 작성 등) 및 담보가액 부풀리기를 통해 거액의 부당대출을 취급했다. 농협은행 다른 지점이나 다른 금융사 등에서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했을 개연성도 확인됐다. 동일한 부동산 브로커가 관여한 대출이 다른 금융사 등에서 취급된 것이다.

    B지점 직원의 경우 국내 금융업무가 익숙지 않은 귀화 외국인의 동의 없이 펀드 2억원을 무단 해지하고 횡령했다. 특히 이 직원은 다른 금융사고를 유발해 내부감사 시 적발된 적이 있으나, 적절히 관리되지 않아 추가사고가 발생했다고 금감원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