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물가 어렵다" 상반기 요금동결 기조 재확인하반기 물가 2%대 안착 땐 순차적 인상 가능성 커
  • ▲ 서울 중구 한 주택가에 전자식 전력량계가 설치돼 있는 모습. ⓒ뉴시스
    ▲ 서울 중구 한 주택가에 전자식 전력량계가 설치돼 있는 모습. ⓒ뉴시스
    물가당국이 전기요금, 지하철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억제에 나선다. 4·10 총선 전에 전기요금도 인상설이 돌았지만 이스라엘·이란 분쟁, 환율 상승 등으로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리면서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모양새다.

    24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파고 속 전기료, 난방비, 대중교통비 등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전방위 작업에 착수했다. 공공요금 인상이 현 3%대 고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에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물가 상황이 여러가지로 아직까진 어려워서 공공요금에 대해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공공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공공기관의 재무구조, 글로벌 에너지 가격 동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에 이어 3월에도 소비자물가지수가 3%대 상승 폭을 보인 가운데 물가 관리가 시급한 만큼 공공요금 인상에는 조심스럽다는 얘기다. 다만 올해 초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대로 상반기까지는 동결 기조를 이어가겠지만 하반기부터는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전기요금은 3분기 동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이후 전기료는 총 6차례에 걸쳐 44%가량 올라 한국전력의 재무구조도 개선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부채는 202조원에 달하지만 그간 요금 인상으로 올해 1분기 2조~3조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다가올 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측되는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이 자칫 '냉방비 폭탄'을 불러와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전기요금 인상 동결 배경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 이후에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교통요금의 경우 서울시가 당초 지하철 기본요금을 7월부터 100원 올려 1500원으로 책정할 계획이었지만, 정부는 관계 부처와 산하기관을 통해 인상을 늦추자는 의견을 서울시에 전달할 예정이다. 철도요금도 2%대 물가에 안착하는 하반기쯤 인상 논의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일 도시가스 도매 공급비용 조정이 예정된 가운데 동결 얘기가 나온다. 최근 에너지당국이 가스 도매 공급비 인상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지만 기재부는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따라 미루자는 의견을 견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가스 요금은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단가인 원료비(기준원료비+정산단가)와 도소매 공급업자의 공급 비용 및 투자 보수를 합한 도소매 공급비로 구성된다. 원료비는 홀수달 1일자로, 공급비는 매년 5월 초 조정된다. 

    다만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상황이 변수다. 한전이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쌓아온 누적 적자는 43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가스공사의 순손실은 연결 기준 7474억원이며 미수금을 고려하면 실제 손실 규모는 더 크다. 원재룟값 상승 등 인상 요인이 뚜렷한데도 당장 가격을 억누른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연료비를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고 미뤄둔다면 공기업 적자는 더 커지고 그 빚은 결국 국민 몫이 되는 것 아니냐"라며 "다가올 공공요금 폭등 현실과 마주하기 전에 요금 현실화 노력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