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보험사 2곳, 1분기에만 순익 4천억 달성신한EZ손보, 적자 지속에 'KB보험家' 추월 역부족하나생명, 적자 탈출 만족…우리금융은 '롯데손보' 기웃
  • ▲ KB손해보험. 사진=정재훈 기자
    ▲ KB손해보험. 사진=정재훈 기자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KB금융그룹은 생명보험사 KB라이프생명과 손해보험사 KB손해보험 모두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ELS 고객 보상 여파를 완충시켰다. 신한금융그룹에서는 신한라이프가 KB라이프생명보다 순이익에서 앞섰으나, 신한EZ손해보험이 발목을 잡았다.

    하나금융그룹의 하나생명은 흑자전환에 만족했으며 우리금융그룹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부족으로 M&A 시장에 얼굴을 내비쳤다. 보험계열사들이 금융그룹에서 '완충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의 중론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은 1분기에만 40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냈다. 지난 한 해 양사의 순이익이 1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올해는 한 분기 만에 지난해의 40%에 달하는 성과를 나타낸 것이다.

    KB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은 1조632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5103억원에 비해 29.6% 줄어들었다. 두 보험사의 실적 견인이 없었으면 감소폭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의 1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1조491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5087억원에 비해 30.4% 감소했다.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이 8620억원에 달하는 등 일회성 요인이 컸던 탓이다.

    올해도 실적 변동성을 낮춰준 것은 두 보험사다.

    KB손해보험의 1분기 순이익은 2922억원으로, 전년동기 2538억원에 비해 15.1% 증가했다. 이는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이다. 특히 KB증권 1980억원보다 50%가량 높은 순이익을 가두면서 그룹 비은행 계열사 1위 자리를 지켰다. 2022년 KB증권을 제치고 선두에 오른 이후 지속해서 앞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장기보험과 일반보험 중심으로 손해율이 대폭 개선된 가운데 보험계약마진(CSM)이 늘어나면서 보험영업손익이 대폭 증가했다. KB손해보험은 CSM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장기보장성 보험을 확대해 왔다.

    손해율도 개선됐다. 1분기 손해율(IFRS4 기준)은 80.8%로, 전년대비 0.9%p 하락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 인하와 교통사고 건수 증가로 손해율이 전년대비 3.1%p 상승했지만, 일반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이 각각 6.0%p, 1.8%p 떨어져 상쇄할 수 있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통한 장기보장성 보험 판매가 늘어나면서 CSM 규모 또한 8조903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4.5% 증가했다"며 "성장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장기보험과 일반보험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됐다"고 말했다.

    KB라이프생명의 1분기 순이익은 1034억원으로, 전년 1241억원 대비로는 16.6% 감소했지만, 전분기 –228억원에 비해서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신계약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한 효과다. 이는 손익 구조 개선으로 이어졌다. 시장환경도 우호적으로 지속하는 가운데 보유채권 교체 등의 수익률 관리로 추가 투자손익 확보에 이바지했다.

    1분기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204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62억원 늘었다. 신계약 APE는 보험료를 1년 단위로 합산한 값으로, 보험 영업실적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다. 보장성보험이 724억원 줄어들었지만, 연금보험이 1419억원 증가한 효과다.

    KB라이프 관계자는 "신계약비의 효율적 관리 등을 통해 손익 구조가 개선되면서 보험손익이 증가한 결과"라며 "우호적 시장 환경과 보유채권 교체 등의 수익률 관리를 통해 추가 투자손익을 확보한 영향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 ▲ 신한라이프. 사진=정상윤 기자
    ▲ 신한라이프. 사진=정상윤 기자
    ◇신한라이프, KB라이프에 앞섰으나 신한EZ손보 적자에 발목
    다만 KB라이프생명의 경우 신한라이프에 비해서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신한라이프의 1분기 순이익은 1542억원으로, KB라이프생명보다 49.1% 앞섰다. 지난해 1분기 신한라이프(1338억원)와 KB라이프생명의 순이익 차이는 7.81%에 불과했으나, 1년새 간극이 더 벌어진 것이다.

    신한라이프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 1338억원보다 15.2% 증가했다. 이는 보험상품 판매량 증대와 견실한 조직 성장으로 보험손익이 크게 증가한 것에 기인한다.

    신한라이프는 CSM 확보를 위해 보험시장 니즈에 맞는 상품을 적시에 출시하고 다각화된 채널과 상품 포트폴리오를 통한 가치 중심의 경영 전략을 펼치면서 지난해보다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시장과 고객 변화에 대응한 탄력적 상품 전략을 통해 2024년 1분기 APE는 전년동기대비 128% 성장한 5154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보험손익은 신계약 성장에 따른 CSM 상각 증가 등으로 전년동기대비 48.8% 증가한 20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발생한 일회성 희망퇴직비용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20.1% 증가한 수치다.

    신한라이프 측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전략의 성과로, 채널의 기초체력과 고객서비스 레벨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한EZ손해보험은 고배를 마시면서 '신한 보험家'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신한EZ손해보험은 전년동기와 비슷한 9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디지털 보험사의 한계로 인해 부진을 아직 털어내지 못한 것을 풀이된다.

    신한EZ손해보험은 2021년 신한금융이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해 설립한 곳으로, 자산 규모가 2534억원에 불과한 디지털 보험사다. 규모가 늘고 수익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 신한금융이 M&A 시장에서 롯데손해보험을 눈여겨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지털 보험사의 상품 포트폴리오는 비대면 영업이 수월한 여행자보험이나 휴대폰보험과 같은 단기보험상품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단기상품의 경우 보험료가 저렴해 수익성이 크지 않다. 때문에 적자 구조를 탈피하기가 쉽지 않아 수익성 개선 속도가 느리다.

    신한EZ손해보험은 상품 라인업을 강화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운전자보험, 레저보험, 건강보험에 더해 해외장기체류보험과 주택화재보험을 출시해 6개 보험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6월에는 4세대 실손보험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생명, 흑자전환…우리금융은 롯데손보 인수 '저울질'
    하나생명은 적자에서 벗어났다. 1분기 4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전년동기 -20억원, 전분기 -116억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보장성보험 판매 호조로 보험영업수익이 개선된 영향이 주효했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전년동기대비 보장성상품 판매가 호조를 나타내면서 보험영업이익이 많이 개선됐다"며 "고금리 악재로 해외대체투자 등 투자익은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보험부문 체질 개선에 힘입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 중 보험사들이 안정적인 설적을 내는 가운데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도 보험사 인수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롯데손해보험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우리금융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측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인수를 추진하더라도 과도한 가격은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원칙으로,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자본비율 이슈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