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이상 장기실업자, 11만3천명…6개월째 증가외환위기 수준 악화…"코로나19 팬데믹보다 심해"직장 그만둔 사유 '시간-보수 등 여건 불만족' 최다
  • ▲ 인천시청에서 열린 4060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240924 ⓒ뉴시스
    ▲ 인천시청에서 열린 4060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240924 ⓒ뉴시스
    실업자 5명 중 1명이 반년 이상 구직활동을 했으나 여전히 일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반년 이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 수는 최근 6개월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8월 기준 실업자 수는 모두 56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는 11만3000명으로 20.0% 차지했다. 이는 전월을 통틀어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9년 8월(20.1%) 이후 2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장기실업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증가세를 이어가며 10만명을 웃돌다가 이후 감소세로 전환해 대체로 10만명을 밑돌았다.

    장기실업자 수는 올해 3월부터 늘기 시작해 6개월째 증가했다. 7월까지는 전년동월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전체 실업자 수는 7월부터 전년대비 감소로 전환해 두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자는 줄어드는 반면 장기실업자가 늘면서 이들 비중이 가파르게 높아진 것이다.

    장기실업자의 증가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의 하나로 풀이된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구직기간도 늘고 있는 것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8월 기준 직장에 다닌 지 1년이 넘지 않은 장기실업자 중 이전에 직장을 그만둔 사유 가운데 '시간·보수 등의 작업여건 불만족' 비율이 24.7%였다.

    '임시 또는 계절적 일의 완료(26.4%)'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직장에 다니는 도중 그만둔 사유로는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는 '쉬었음' 증가와도 궤를 같이한다. '쉬었음'에는 취업 의사가 없는 사람, 취업 의사가 있어도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 직장을 찾지 않는 사람 등이 포함된다.

    8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은 전년동월보다 24만5000명(10.6%) 늘어난 256만7000명이었다. 이는 8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역대 가장 많은 것이다.

    실업률이 처음 1%대로 떨어졌으나, 고용의 질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직장에 다닌 지 1년이 넘지 않은 장기실업자의 이전 직장을 산업별로 보면 △도소매업 18.9% △제조업 15.9%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13.7% 등의 순으로 많았다.

    도소매업은 온라인 가속화·무인화 등의 구조적 변화로 취업자 수가 지속 감소하고 있는 산업이다. 제조업은 수출 호조에도 고용 파급 효과가 크지 않은 반도체가 호조의 중심이 되면서 최근 취업자 수가 줄고 있다.

    이전 직장을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상용근로자 44.8% △임시근로자 36.3% △일용근로자 13.3% 등의 순으로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