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인간이 주도하는 크리에이티브 르네상스 시작됐다"… 필립 토마스 칸 라이언즈 회장

[런던 = 김수경 기자]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는 지난 몇 년 간의 진지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유머가 돌아왔고 엔터테인먼트와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에 대한 집중이 돋보였으며, 무엇보다 전통적인 크래프트 기술과 사람이 주도하는 크리에이티비티의 르네상스가 시작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 영역까지 위협하는 요즘,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선 인간 중심의 크리에이티비티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브랜드브리프는 칸 라이언즈 운영사인 에센셜(Ascential) 런던 본사에서 필립 토마스(Philip Thomas) 칸 라이언즈 회장 겸 에센셜 대표(CEO)를 만나 단독 인터뷰를 갖고, 올해 칸 라이언즈의 핵심 인사이트와 중대한 변환점을 맞은 칸 라이언즈의 방향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필립 토마스 회장은 "올해 칸 라이언즈에는 95개국에서 1만3000명 이상이 참석했으며, 2만6753개의 출품작이 접수되는 등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출품작 주요 트렌드는 유머가 귀환하고 상업적인 작품들이 증가하는 등 지난 몇 년 간의 진지한 분위기에서 확연히 벗어난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또한 엔터테인먼트와 인게이지먼트에 대한 집중이 돋보였으며, 특히 올해 신설된 럭셔리 & 라이프스타일 라이언즈(Luxury & Lifestyle Lions) 부문에서는 전통적인 크래프트 기술과 인간이 주도하는 크리에이티비티가 되살아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칸 라이언즈는 올해부터 AI 활용과 관련한 디스클레이머(disclaimer, 정보 표시 규칙)를 제정했다. 모든 출품작들은 해당 작품에 AI를 사용했는지, 만약 했다면 어떻게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의무적으로 밝혀야 한다. 심사위원들이 캠페인의 전체적인 구성을 보고 더 공정하게 심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AI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기술을 크리에이티비티의 주체가 아닌, 하나의 도구로만 평가하겠다는 칸 라이언즈의 의지가 담겨 있다. 칸 라이언즈의 본질은 인간이 주도하는 크리에이티비티라는 설명이다.

토마스 회장은 "올해 한국에서는 6개의 쇼트리스트가 올라 경합을 벌였고 그 중 1개 작품이 브론즈 라이언을 수상했다. 전 세계 출품작 중 오직 3%만이 수상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놀라운 성과"라고 짚으며 "칸 라이언즈는 매년 6월 열리는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각종 아카데미와 여성 리더십 육성 프로그램인 See It Be It(SIBI), 라이언즈 스콜라십(LIONS Scholarship) 등의 프로그램과 웨비나, 지역 이벤트, 리포트, 교육을 1년 내내 진행하는 만큼 다양한 접점을 찾는다면 한국 크리에이터들도 칸 라이언즈를 완벽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초 서울을 찾은 토마스 회장은 칸 라이언즈 코리아를 통해 국내 크리에이티브 업계 전문가 100여명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등 한국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크리에이티비티의 잠재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칸 라이언즈 무대를 통해 아낌없이 펼치길 바란다는 따뜻한 조언도 함께 건넸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매년 6월 칸 라이언즈를 직접 방문하는 한국 참관객 수가 줄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을 표했다. 전 세계에서 칸 라이언즈를 찾는 참관객 수가 다시 늘면서 페스티벌이 열리는 기간 동안 시내 호텔을 예약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해마다 호텔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시설은 점점 노후화되고 있어 전 세계 참관객들은 큰 불편을 겪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토마스 회장은 "칸 라이언즈는 숙박 문제와 관련해 칸 시, 칸의 주요 호텔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칸 시내의 오래된 호텔들은 매년 리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칸 라이언즈는 한국 참관단을 통해 그룹 예약을 하는 경우, 우선적으로 최선의 호텔을 예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에센셜은 최근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 교육 기업 인포마 PLC(Informa PLC)에 인수되고, 마케팅 강자인 에피(Effie)를 인수하는 등 71년 역사상 중대한 변환점을 맞았다.

토마스 회장은 "에센셜은 지난 10월 9일 인포마 PLC에 공식 인수됐다. 2025년 1월 1일부터 경험 중심의 B2B 이벤트의 성장과 가치를 보여줄 새로운 비즈니스인 '인포마 페스티벌(Informa Festivals)'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여기엔 칸 라이언즈를 비롯해 컨테이저스(Contagious), WARC와 같은 라이언즈(LIONS) 산하의 모든 브랜드들이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포마 PLC는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FTSE 100(런던 증권거래소 상장사 중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의 주가를 지수화한 것) 기업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B2B 브랜드를 창출하고 성장시키는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인포마 PLC는 에센셜 인수를 통해 양사의 비즈니스를 결합함으로써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에센셜은 앞서 8월 8일, 효과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평가하는 세계적인 어워드인 '에피'를 인수하고 '에피 라이언즈 재단(The Effie LIONS Foundation)'을 선보였다.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비티 강자인 라이언즈와 마케팅 강자인 에피의 만남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대해 토마스 회장은 "에피 인수는 마케팅 효과와 크리에이티비티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보여준다"며 "에피는 라이언즈에 사단에 합류해 칸 라이언즈, 더 워크(The Work), 라이언즈 어드바이저리(LIONS Advisory), WARC, Contagious, 어큐어티 프라이싱(Acuity Pricing)과 함께 크리에이티브하고 효과적인 마케팅을 통해 비즈니스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피는 앞으로 라이언즈 내 다른 브랜드들과 시너지를 내며 서로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에피 인수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에서 마케팅의 새롭고 강력한 중심축을 만들어 낼 역사적인 파트너십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피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되며 에피 어워드 또한 칸 라이언즈 어워드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시상식으로 계속 운영 될 예정이다.

에센셜은 비즈니스적으로 큰 변화를 맞았지만, 칸 라이언즈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마케팅 커뮤니티가 모두 모이는 장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효과적인 작품을 기념하는 축제로 변함 없이 본질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토마스 회장은 "칸 라이언즈는 역사가 만들어지는 현장이자,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곳이다. 언제나 그랬듯 칸 라이언즈는 고객과 커뮤니티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계속해서 진화하고 혁신하며 변화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산업의 도전 과제와 트렌드를 다루는 대표 플랫폼으로서 칸 라이언즈는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여하는 핵심적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한편, 제 72회를 맞는 2025 칸 라이언즈는 오는 2025년 6월 16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