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더 노련해지고 전략적일 것"수출 중심인 韓경제에 타격 전망 지배적 '미국 우선주의·강력한 관세조치 예고해금리·환율 상승… 산업별 희비는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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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클 전망이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중심주의가 현실화되면서 수출이 중심인 우리나라가 경제에 타격이 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트럼프노믹스2.0이 전개되면서 인플레이션과 실질금리 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속도감 있게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아 정세가 급변할 것으로 보여 경제 관료와 정치인들이 신속하게 적응하고 정책적 액션을 발 빠르게 취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대한 고려 없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독자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우려했다.이어 김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노련해지고 전략적일 것으로 보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취할 수 있는 수단이 한정적일 것으로 보여 트럼프 1기 때보다 더 힘들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유연한 대응이 요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집권 당시 중국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며 무역전쟁을 본격화했고 이번 대선 유세과정에서도 관세 폭탄을 예고하는 메세지를 거듭 내놓았다.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관세로 인해 제조업이 미국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발언 등이 대표적이다.그는 더욱 강력해진 관세조치를 예고했다. 모든 수입품에 보편 관세 10%를 부과하고 이를 20%로 확대할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이다. 또 중국산 제품에 6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만큼 우리나라에도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전문가들도 고율 관세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을 주요 타깃으로 하겠지만 관세를 높이게 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출국들은 굉장히 힘들어지게 됐다"며 "최근 들어 중국과의 교역을 줄이고 미국 교역 비중을 늘려 왔는데 미국에서 관세가 부과되면 우리나라로선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된 셈"이라고 우려했다.한국은행은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가 제시한대로 관세가 인상된다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이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관세정책을 시행하면 한국의 총 수출액은 최대 448억달러(61조7000억원)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감세, 재정 확대를 추구하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금리와 달러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규모 법인세 감세를 예고한 만큼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 금리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관세 등으로 인한 물가·임금 상승까지 더해지면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94원까지 치솟으며 1400원을 육박했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으로 원달러 환율은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금리 조절에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안 교수도 "트럼프는 강달러 정책을 가져갈 것이고 실제로 오늘도 환율이 1400원에 거의 육박했는데 인플레이션까지 발생하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더욱 적어진다"며 "이 경우 한국은행은 내수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싶어도 통화정책을 다양하게 할 여력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산업별로는 자동차업계는10% 넘는 관세로 관세 부담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트럼프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전면 폐지 가능성이 낮더라도 전기차 보조금 대상 차량 축소 등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철강업계의 경우 관세 인상이나 국가별 수입 쿼터 축소 등의 무역 장벽 강화가 예상돼 예의주시하고 있다.반도체 산업은 첨단 전략 산업 강화라는 정책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강화가 지속돼 한국 반도체 산업은 대중국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미국 시장에서의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한 반도체법(칩스법)이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은 우려요소다.안 교수는 "반도체 보조금 등 지원책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결국 기업의 생산기지를 옮기라는 이야기와 똑같은 것"이라며 "미국기업들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복귀)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방위산업은 트럼프가 자국우선주의를 강조한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이에 세계 각국의 방위비 증액으로 이어져 방산기업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일각에서는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종철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이후 8년이 지난 만큼 이미 미국에 선행 투자를 해서 현재 점차 현실화되고 있고 대응할 기업들은 이미 다 대응을 하고있는 상태"라며 "트럼프가 다시 당선됐다고 해서 우리나라 투자가 갑자기 빠져나갈 걱정을 크게 할 필요는 없어 보이며 이미 철강, 전기차, 2차전지 등 업계에서는 조정이 된 만큼 트럼프의 으름장이 예전처럼 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주요 경합주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 그는 미 동부시간으로 대선 다음날인 6일 오전 2시30분쯤 연설을 통해 "여러분의 제45대, 그리고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해준 미국민에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