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로 프레스 세미나 개최글로벌 바이오투자 회복세 불구 국내 투자 회복 6개월~1년 늦을 듯바이오텍은 실패 통한 성공 레퍼런스 축적에 집중해야정부는 규제 완화해 기업 성장 지원해 줘야
  • ▲ 우정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VC부문 바이오파트 이사가  6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강당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로 열린 프레스 세미나에서 '신약개발 '죽음의 계곡' 어떻게 건널까?'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최영찬 기자
    ▲ 우정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VC부문 바이오파트 이사가 6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강당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로 열린 프레스 세미나에서 '신약개발 '죽음의 계곡' 어떻게 건널까?'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최영찬 기자
    신약개발 바이오텍이 생존을 넘어 성장하려면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전체적인 신약개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연구만으로도 기술수출(License out, LO) 계약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단계별 마일스톤을 달성하려면 거시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정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VC부문 바이오파트 이사는 6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강당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로 열린 프레스 세미나에서 '신약개발 '죽음의 계곡' 어떻게 건널까?'를 주제로 발표했다.

    우 이사는 성공 리스크가 큰 신약개발의 전 과정을 죽음의 계곡 시기라고 진단했다.

    죽음의 계곡은 기업의 실질가치가 희망투자가치보다 낮아지는 시기로 이 시기에 접어들면 기업을 향한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자금난을 겪으며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우 이사는 이러한 죽음의 계곡을 잘 넘기 위해서는 신약개발 초기 단계부터 의약품 출시, 기술수출 등을 염두에 둔 전체적인 신약개발 전략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CRO(임상시험수행기관)에 임상시험을 맡겼고 임상시험 시료가 어디서 생산됐는지 등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서 후보물질의 운명은 결정된다"면서 "독성시험, 비임상시험 등 임상단계에 진입하기 전까지 국내 기준으로 200억원이 필요한데 결국 바이오는 자금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블록버스터 신약 1개를 개발하기 위해 평균 2조~3조원을 쏟아붓는 반면 국내 기업은 1000억~3000억원을 투입하는 상황이다. 국내 상위 제약사 10곳의 R&D 투자액수를 모두 합쳐도 글로벌 제약사 한 곳에 못 미치는 셈이다.

    여기에 VC(벤처캐피탈)의 제약바이오 투자 관심도 식고 있어 영세한 바이오텍은 성장이 아닌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상반기 VC의 신규 투자액수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약바이오 섹터 투자비율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VC의 제약바이오 섹터 신규 투자 비율은 2020년 27.8%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21년 21.8%, 2022년 16.3%, 2023년 16.4%, 올 상반기 15.7%로 4년 전보다 12.1%p(포인트) 줄었다.

    최근 제약바이오 섹터를 향한 글로벌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국내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금리인하 등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 글로벌 벤처의 제약바이오분야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고 있으며 투자자들 미팅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된다"면서도 "다만 지정학적 요인 등의 변수가 작용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로 자금이 유입되기까지는 6개월~1년 정도 걸릴 것이다"고 전망했다.

    우 이사는 제약바이오 기업 투자 판단요소로 ▲기술력 ▲주요인력 역량 ▲생동력 ▲생존력(회복탄력성)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5번째 이내에 의약품을 출시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 기술과 적기에 기술수출이나 상용화할 수 있는 능력, 주주나 투자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신약개발 일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이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바이오텍이 설립 초기 단계부터 자생적으로 이익 창출 방안을 마련해 놓는 것도 투자 가점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시장과 정부에 당부하는 말도 남겼다.

    우 이사는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대규모 공모자금을 확보한 바이오텍이 신약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비난하기보다는 기업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면서 "기업은 좌절의 경험을 통해 성공 레퍼런스를 계속 쌓고 정부도 이러한 성공이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줄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날 세미나에서는 올해 주목받았던 차세대 모달리티(치료기법) ADC(항체-약물 접합체)와 TPD(표적단백질 분해), 연합학습을 기반으로 한 AI(인공지능) 활용법, 약가정책과 산업육성 로드맵, M&A(인수합병) 성공사례 분석 및 한국기업에의 시사점,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K-제약바이오의 위기 혹은 기회 등을 주제로 한 발표가 진행됐다.

    이날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AI 융복합, 글로벌 진출 다변화 등 제약바이오산업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정부도 산업 육성 기조를 분명히 밝히고 있어 제약바이오산업은 우리나라 핵심 전략산업이자 미래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 회장은 "최근 투자 분위기도 나쁘고 선진국 대비 기술 경쟁력이 낮고 신약의 보험약가 정책이 산업 현실의 수용성과 미래예측성을 떨어뜨리고 있지만 산업계에서는 이를 잘 극복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날 세미나를 통해 제약바이오산업이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 ▲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프레스 세미나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최영찬 기자
    ▲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프레스 세미나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