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엔씨 등 ICT 기업 고강도 체질개선 한창글로벌 경기 불황 속 감원 칼바람법치 리더십 한비자 '덕(德)' 강조"구조조정 목표 아닌 구조개혁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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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인사에는 내 차례가 될지 모르겠네요." 

    국내 ICT 대기업에 몸담고 있는 임원의 한숨 섞인 목소리다. 평소의 호탕한 모습과 다르게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최근 업계의 감원 칼바람에 대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소위 내노라 하는 기업들이 자회사를 재편하고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장기화되는 글로벌 경기 불황과 저조한 실적이 겹치면서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져서다. 한때의 영광도 잠시 눈물을 머금고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자구책이 시행 중이다.

    KT는 직원 중 3분의 1 수준에 달하는 네트워크 관리 부문 직원 5700여 명을 재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도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세나테크놀로지 지분 매각, 카카오 헤어샵, 카카오VX 매각 등 계열사 정리에 나섰다. 엔씨소프트 역시 2개의 독립법인을 출범한 데 이어, 4개의 자회사를 신설해 본사 인원을 3000명대로 축소할 방침이다.

    글로벌 빅테크들도 예외는 아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해 전체 인력의 6%에 해당하는 약 1만 2000명을 감원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아마존도 1만 8000명의 인력을 내보냈으며, 메타도 1만 1000명의 직원을 해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1만명), 트위터(3700명), 라이엇게임즈(530명), 액티비전 블리자드(400명) 등 기업들도 대규모 정리해고 행렬에 동참했다.

    기업들은 '경영쇄신'이라는 이름으로 고강도 체질개선에 들어갔다. 이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성장 정체에 직면하면서부터 예상된 결과였다. 이후 경기 불황 장기화가 맞물리면서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위기는 현실이 됐다. 특히 미래 먹거리인 AI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효율화가 시급해졌다. 

    실제 엔씨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143억원으로 12년 만에 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카카오도 광고·커머스·콘텐츠 등 핵심 사업들의 부진과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의 사법리스크로 휘청이고 있다. KT는 선로 등 현장 관리 인력의 신입 채용이 12년간 이뤄지지 못해 업무 공백의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기업을 이끄는 수장들의 마음들도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고개를 숙이고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독려했지만, 구성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수억원에 달하는 희망퇴직을 제시해도 회사를 한평생 다닌 이들을 위로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회사에 염증을 느낀 핵심인력이 다른 회사로 떠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노조는 권고사직과 비용절감이 경영쇄신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철학자인 한비자는 약소국인 한나라의 멸망을 막기 위해 법치(法治)를 강조한 인물이다. 그는 철저하게 실리 위주의 접근을 바탕으로 조직의 슬림화를 제시했다. 훗날 그의 사상은 진시황이 최초로 중국을 통일하는 데 주춧돌 역할을 했다. 

    전문가들 역시 최근 대내외 경제적 악재를 고려했을 때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기업들을 정상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선 인력 감축을 통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본 닛산자동차를 비롯해 미국 크라이슬러, 핀란드 노키아 등은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다시 일으킨 성공사례로 회자된다.

    다만, 경영쇄신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한비자 역시 냉혹한 법치의 배경에는 '덕(德)'을 강조했다. 구조조정이 최종 목표가 아닌, 과거의 트라우마를 넘어선 새로운 방식의 '구조개혁'이 필요한 것. 직원들이 등을 돌린 회사는 미래 경쟁력도 담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