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대비 헬스케어 부문 주가 상승 도드라져대형주 중심 실적 및 기술수출 등 성과 부각바이오텍 투자 유치 어려운 현실에 '훈풍' 이르다는 시선도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 "아직 전체가 좋아진 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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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들어 제약바이오 기업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반짝 관심을 받았다가 고금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국제정세로 인해 혹한기를 겪고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다시 주목받는 게 아니냐는 장밋빛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0일 KRX300헬스케어 지수 종가는 3410.03으로 1일(2994.09) 대비 13.9% 상승했다.

    코스피 지수는 같은 기간 2804.31에서 2738.19로 2.4%, 코스닥은 847.15에서 803.78로 5.1% 각각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헬스케어 부문 상장기업이 크게 주목받은 셈이다.

    여기에 상반기(1월2일~6월30일) KRX300헬스케어 지수는 2885.21에서 2888.69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헬스케어 분야의 하반기 강세는 두드러져 보인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주가를 눌러왔던 우려들이 해소되고 있어 제약바이오 섹터 전반의 리레이팅(주가 재평가)을 기대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각국의 금리 인하 움직임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 부각 등의 외부 요인과 함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도 실적이나 기술수출 등의 성과 면에서 펀더멘털이 좋아지고 있는 점을 이같은 분석 요인으로 꼽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일 미국 제약사와 1조4637억원(10억6000만달러) 규모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올해 누적 수주금액 2조5000억원을 돌파해 지난해 연간 수주금액 3조5009억원의 70%를 넘어섰다.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역량을 보유한 4공장(24만ℓ)의 가동률 확대에 힘입어 상반기 매출 1조4797억원, 영업이익 5620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15%씩 증가한 것인데 2011년 창립 이후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바이오시밀러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까지 더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반기 매출 2조1038억원에, 영업이익 6558억원을 거뒀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신약으로 승인받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램시마SC)'가 처방급여업체(PBCM) 처방목록에 등재돼 지난 2월말부터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직접 미국으로 가 짐펜트라 마케팅 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주요 처방의사들과 미팅하며 짐펜트라를 알리고 있다.

    유한양행은 하반기 글로벌 신약 탄생 기대감이 높다.

    업계에서는 국산 31호 신약으로 승인받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오는 8월22일 이전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렉라자의 글로벌 판권을 보유한 얀센은 렉라자와 얀센의 이중항체 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매년 50억달러(6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할 정도로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매출의 10% 중반대를 로열티로 수령할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닥에서는 알테오젠, HLB, 에이비엘바이오, 삼천당제약의 하반기 상승세가 눈에 띈다.

    알테오젠은 지난 30일 글로벌 제약사 산도스와 비독점적으로 기술수출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 기술 'ALT-B4' 권리를 반환받은 뒤 다른 히알루로니다제 기술 공동개발 및 기술수출계약을 체결했다. ALT-B4는 정맥주사(IV) 제형의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에 비독점적으로 기술수출한 ALT-B4 계약이 올 2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등 일부 제품에 대해 독점적인 권한을 주는 것으로 바뀌면서 알테오젠을 향한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키트루다에 ALT-B4를 적용한 제품에 대한 임상 3상 시험이 오는 9월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매출 250억달러(34조5100억원)를 기록하며 매출 기준 1위 의약품에 올랐다.

    여기에 지난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순도 히알루로니다제 제품 '테르가제주'의 품목허가를 받아 창립 이후 첫 상용화 제품 출시도 앞뒀다.

    HLB는 지난 3일 FDA와 미팅에서 간암신약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헝루이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품목허가 재신청을 강력 권고받았다고 밝히며 다시 주가에 힘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 5월 FDA로부터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품목허가 신청에 대한 CRL(보완요구서한)을 수령해 주가가 반토막나기도 했지만 늦어도 10월 품목허가를 재신청할 방침을 전하며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FDA 승인 기대감에 다시 불씨를 지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글로벌에서 주목받고 있는 ADC(항체-약물접합체) 전문 기업으로 지난 11일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R&D 및 회사 운영자금 1400억원을 확보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이사는 지난 3일 간담회에서 유상증자 자금에 기존 기술수출 계약으로 수령할 마일스톤, 향후 예상되는 기술수출 계약금까지 더해지면 2025년까지 4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이미 글로벌 빅파마로부터 1개의 텀싯(투자의향서)을 받았는데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기술수출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보유 중인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 3종(ABL206, ABL209, ABL210)에 대해 내년까지 임상시험 계획서를 신청해 2026년 미국 임상 1/2상 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삼천당제약은 주사제형의 약물을 경구제형으로 바꾸는 플랫폼 기술 '에스패스'를 적용한 제형특허 회피 전략으로 삭센다의 주성분 '리라글루타이드'와 오젬픽·위고비의 주성분 '세미글루타이드'를 활용해 경구(먹는)제형의 비만 및 당뇨 개량신약을 2026년까지 개발할 목표를 제시한 이후 주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여기에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SCD411'를 출시해 SCD411로만 연 매출 25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며 세계 각국의 파트너사와 파트너십 확장을 지속 추진 중이다.

    ◆우량주 관심 '쏠림' 현상 … 바이오텍은 여전히 '투자 한파'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대형 우량주로 관심이 쏠렸을 뿐 제약바이오 산업 전체가 주목받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이오텍을 향한 투자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상반기 벤처캐피탈의 바이오·의료분야 신규 투자액수는 42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 늘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정도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벤처캐피탈이 1조6770억원을 투자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1년부터 2022년 1조1058억원, 2023년 8844억원으로 신규 투자액수는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올해 국내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등 제약바이오 행사에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바이오벤처의 목소리도 많았다.

    박재경 연구원은 "시장 전반에서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쏠림 현상 때문이다"면서 "지난 29일 종가를 기준으로 코스닥150 헬스케어 지수에서 시총 상위 10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로 201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이달 1~30일 75만9000원에서 93만7000원으로 23.5%, 셀트리온은 18만4100원에서 20만9000원으로 13.5%, 유한양행은 8만3800원에서 9만7600원으로 16.5%씩 상승했다.

    알테오젠은 27만7500원에서 32만500원으로 15.5%, HLB는 6만2600원에서 7만7700원으로 24.1%, 에이비엘바이오는 2만4450원에서 3만1350원으로 28.2%, 삼천당제약은 15만3200원에서 18만2800원으로 19.3% 각각 올랐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제약바이오 생태계가 튼튼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체가 좋아졌다고 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면서 "대장주를 중심으로 한 CDMO(위탁개발생산), 바이오시밀러, 기술수출을 넘어 글로벌 신약개발 성과라는 결과를 내려면 신약개발 초기 생태계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제약사들도 지금보다 자체 제품을 통해 수익을 높여 중소 바이오텍의 기술을 사가거나 공동연구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