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투자 2021년 정점 … 이후 감소세 속 올 상반기 반등 기미바이오텍 투자 어려움 아우성에 '옥석 가리기' 나타나고 있는 듯기술역량 이외에 경영진 커뮤니케이션·네트워킹 능력도 중요융합기술 및 중추신경계(CNS) 질환 유망 예상
  • ▲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한국투자파트너스
    ▲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한국투자파트너스
    국제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에 따른 고금리 여파로 2022년 하반기부터 국내 벤처투자 액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바이오 업계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국내외 경기 불안정성으로 인해 리스크가 높은 바이오 분야 투자가 줄어든 것인데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투자 액수는 2021년 3조416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1조9494억원, 2023년 1조7102억원으로 2년새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투자 액수는 8348억원으로 전년 동기(5995억원) 대비 39.2% 늘었다.

    수치상으로는 바이오 투자 훈풍이 불고 있는 셈인데 올해 국내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등 제약바이오 행사에 참석한 바이오텍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벤처투자 액수는 지난해보다 늘었는데 현장과 괴리감은 왜 나오고 있을까.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VC)인 한국투자파트너스의 황만순 대표는 바이오텍 투자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총 운용자산은 4조3000억원으로 펀드 60개가량을 운용하고 있는데 황 대표는 지금까지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티움바이오, 지놈앤컴퍼니, 피씨엘 등 232개 기업에 9715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황 대표는 "VC로부터 투자를 받는 곳은 대개 비상장기업인데 실제 투자를 받는 기업 수는 한정적이다"면서 "잘되는 기업에 투자가 쏠리는 경향이 일반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나타난 현상인데 한국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황 대표는 "기존 투자자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리드투자자를 잘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네트워킹 과정이 중요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금리인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바이오텍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황 대표는 "금리인하는 미국 바이오텍의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투자 유치도 활발해질 것이다"면서 "이는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쳐 상장기업은 주가상승으로 이어져 메자닌 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비상장기업은 투자받기 용이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투자자 입장에서 바이오텍의 기술경쟁력 외에도 경영진과 조직의 열정과 가능성도 꼼꼼히 살펴본다고 했다.

    황 대표는 "지식재산권을 확보한 기술경쟁력은 기본이며 경영진은 겸손한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갖춰야 한다"면서 "여기에 기술발전 단계에 맞춰 끊임없이 공부하고 발전하는 조직이라면 결국 성공할 수 있다고 보기에 이러한 기업을 찾고 투자하고 있다"며 투자원칙을 밝혔다.

    그는 투자자 이전에 신약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경험이 있던 만큼 단순히 수익 올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장환경이 어렵더라도 투자를 줄이기보다 선택한 기업을 지속 투자해 성공할 때까지 지지하려고 노력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황 대표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이후 유한양행에서 신약개발 연구원으로 일하다 2001년 창업투자회사인 한국바이오기술투자를 거쳐 2009년 한국투자파트너스로 옮겼다. 2021년부터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신약 개발이 매력적이고 약사로서의 삶도 괜찮았지만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투자자의 길로 들어섰다"면서 "24년 전 VC에 진입했을 때만 해도 초창기였고 무모한 도전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분야였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소회했다.

    황 대표는 앞으로 유망한 바이오분야로 융합기술과 중추신경계(CNS) 질환을 꼽았다.

    그는 "최근 주목받는 ADC(항체약물 접합체), TPD(표적단백질 분해) 등은 융합기술로, 앞으로는 AI(인공지능), 물리현상 등과 융합에 주목하면 좋을 것이다"면서 "치료분야는 항암, 자가면역질환이 여전히 유망할 것이며 치매나 파킨슨병과 같은 CNS 질환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신약을 자체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놨다.

    황 대표는 "현재 거듭된 기술수출을 통해 기술역량을 축적하는 단계로 SK바이오팜이나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면서 "앞으로 임상수행, 허가대응, 유통역량이 필요한데 희귀의약품이나 시장규모가 작은 약물을 대상으로 임상개발을 끝까지 수행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측했다.